[동호동락-동굴탐험] 팔라우 샹들리에 동굴

입력 2014-12-04 08:00:00

이번에 탐험할 동굴은 팔라우에 있는 샹들리에 동굴(Chandelier Cave)이다. 이 동굴은 해식동굴이라 할 수도 있고, 석회동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동굴을 구성하는 암석은 석회 성분이지만 수중동굴이고 게다가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스쿠버다이버들이 즐기는 다이빙 포인트로 개발되어 있다. 필자는 스쿠버다이빙도 즐기기 때문에 팔라우에 다이빙을 목적으로 가서 우연히 이 동굴을 접하게 되었다. 배를 타고 대상지까지 가서 공기통을 등에 메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스쿠버를 하면서 동굴을 탐험한다. 무거운 짐을 메고 산행을 하거나, 힘든 등강, 하강을 할 필요가 없어서 몸이 편한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팔라우는 우리나라에서 정남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4시간, 필리핀의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이다. 우리나라보다 적도 쪽으로 훨씬 가까워 날씨가 일년 내내 온화하다. 필자는 친한 선배 한 명과 일정을 함께하였는데, 바다에서 연결된 수중동굴은 주변에서 쉽사리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어서 더욱 인상 깊은 탐사였다.

샹들리에 동굴은 기본적으로 다이빙 포인트로 개발된 곳이다 보니, 필자 일행은 외국인 다이버들과 함께 배를 타고 다른 다이빙 포인트와 함께 이번 동굴을 탐사하였다. 부두에 위치한 다이빙숍에서 공기통과 개인 장비들(스쿠버 장비), 그리고 수중 동굴탐사에 반드시 필요한 수중랜턴이 있는지, 잘 작동하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수중에서 사진촬영이 가능한 수중 카메라 역시 배터리와 스트로보 등을 체크했다. 네코마린이라는 현지 다이빙숍을 이용하였는데, 우리에게 배정된 가이드는 잘생긴 금발의 이탈리아 남자였다.

우리 일행은 다이빙선을 타고 팔라우에서 가장 유명하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다이빙 포인트인 블루코너(Blue Corner) 등에서 2회 다이빙을 한 후 3회째에 샹들리에 동굴로 들어가게 되었다. 물속에서만 동굴을 살펴보고 육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코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쿠버 장비 외에는 별다른 동굴용 장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열대지방의 따듯한 수온 덕택에 수영복, 혹은 얇은 슈트만 입은 채 스쿠버 장비를 착용했다.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에 뛰어들어 가이드를 따라 하강했다. 물속에서의 언어는 만국 공통어인 보디랭귀지, 즉 손짓발짓이다. 샹들리에 동굴은 수면 아래 5m쯤, 수중으로 나 있는 구멍으로 들어가 상승을 하면 위쪽으로 동굴 생성물이 드러나 있고 수면 위로 3~5m 정도의 공간이 있는 방들이 여러 개 연결된 형태이다. 하강을 해 불과 4~5m 동굴 쪽으로 들어갔을 뿐인데도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워졌다. 우리는 수중랜턴을 켠 후 바닥의 부유물이 일어나지 않게 중성부력을 조정한 상태로 앞으로 나아갔다. 가이드를 따라 동굴 마지막 지점까지 간 후 상승했다. 여기서부터 온 길을 되짚어나가면서 동굴 속 각 방들을 구경하게 되는데, 동굴 안의 공기가 열대지방이어서 그런지 한국보다는 훨씬 더웠다. 물속 동굴인 만큼 습도 또한 높아 고개를 들고 있자 땀이 날 정도였다. 한국의 서늘한 동굴과는 달랐다.

그렇게 각 방들을 돌아보는데 천장의 종유석들이 아래로 뻗어 나와 있고, 그 위로 석화들이 생성되어 있는 형태가 왜 이 동굴을 샹들리에 동굴이라고 이름 지었는지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바닥의 최고 수심은 약 15m 정도였지만, 바닥으로 내려갈 일은 없었다. 바닥은 빛이 없어 어두울 뿐 아니라, 동굴 벽에서 녹아나온 고운 입자의 석회 성분이 침전되어 있어 조금만 오리발을 강하게 움직여도 시야가 흙탕물처럼 흐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심스레 부력을 맞추면서 각 방들을 살펴보았다. 전형적인 석회동굴의 종유석, 석주들이 동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일부 종유석들은 수면 아래로도 몇m씩 뻗어 있었다. 예전에는 지금의 해수면보다 동굴이 더 높은 곳에 있었다는 증거이다. 샹들리에 동굴은 육지에서 석회동굴이었던 부분이 지반이 침하되면서 바다 속까지 가라앉아 생긴 구조인 것이다.

이런 동굴의 경우 동굴의 정확한 분류를 내리기가 어렵다. 석회동굴의 요소와 해식동굴의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다른 경우도 있다. 화산동굴이 생성된 후 그 위에 석회 성분이 침전되어 석회동굴의 생성물들이 섞인 경우, 석회동굴이 추운 지방에 있어 얼음동굴의 요소를 겸비한 경우 등이 있겠다. 이런 경우는 그 동굴을 석회동굴, 화산동굴, 얼음동굴이라고 단정적으로 괄호 짓기 힘든 경우이다. 또한 동굴탐험의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등산의 요소가 아닌, 수영과 스킨스쿠버의 기술로 탐험이 가능한 동굴이 있음을 이번 기회에 재확인한 것이다. 참고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수중동굴들이 규모 면에서 월등하게 크고, 동굴 안의 동굴수(洞窟水)가 고요하고 생성물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필자는 산속에 위치한 동굴에서 스쿠버로 석회동굴을 탐사한 적은 있지만, 바다에서 직접 연결된 석회동굴의 경우는 처음 접하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바다동굴은 석회동굴의 요소가 적은 해식동굴이다. 이번 팔라우 샹들리에 동굴탐험은 규모는 작지만, 필자에게 여러 가지로 값진 체험이었다.

김재민(대구산악연맹 일반등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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