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탄소라는 단어를 모르면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인식될 정도로 탄소는 갑자기 유명한 소재가 되었다. 불과 2, 3개월 전만 해도 탄소소재를 생산하는 회사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던 것이 이제는 "대박 나겠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 흔히들 20세기 전반부는 플라스틱의 시대였으며, 후반부는 실리콘의 시대였다고 한다. 탄소소재의 사용역사는 이미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21세기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소재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미국의 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 탄소소재 시장 규모는 약 14조5천억원으로, 그중에 55%가 흑연 성형체 시장이 차지하고 있으며, 탄소섬유가 약 3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나머지 10%가 2차전지용 흑연 음극재나 카본블랙과 같은 분말제품, 그리고 약 5% 정도가 탄소나노튜브, 그라팬 등과 같은 나노소재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탄소소재의 시장만을 분석한 것으로 탄소소재와 관련된 전후방산업의 생산유발 효과는 2천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탄소소재를 전량 수입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생각하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고철을 녹일 때 사용하는 전기로용 인조흑연 전극봉만 해도 매년 5만t 이상을 수입하고 있으며, 반도체 및 태양광 분야의 필수 소재인 흑연 도가니 및 발열체 등에 사용되는 흑연 성형체 또한 연 2만t이 수입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리튬2차전지의 경우에도 4대 필수 소재 중의 하나인 음극재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에너지 분야 및 방산 분야에서의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요즘 차세대 먹거리의 중심 화두가 되고 있는 탄소섬유 분야는 지난해부터 국내 업체에서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지속적인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흑연 성형체의 경우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할 소재가 없다는 점에서 소재의 종속성과 전략 물자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물성을 갖는 제품은 물론, 그러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제조설비 역시 전략물자로 분류되어 유통 및 판매가 통제되고 있다.
탄소소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용도 및 물성에 따라 원료 제조과정에서부터 성분과 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야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듯이 우수한 품질의 탄소소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우수한 탄소소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선결되어야 하며, 제품생산을 위한 엔지니어링 기술, 설비제작기술 및 생산 노하우 등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동안 탄소소재나 부품을 수입하여 사용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국내 기업들은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자금투입 즉시 매출발생이 가능한 방법으로 해외 기술도입에 우선을 두고 사업성 검토를 해왔다. 정부의 기술개발 정책 또한 원천기술개발이나 핵심제조공정에 대한 역량강화보다는 성과관리에 유리한 응용기술 개발 및 부품제조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것이 세계 12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아직도 탄소소재의 대부분을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에 정부가 기술개발정책 방향을 개선하고 원천소재기술개발이나 핵심공정기술개발사업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탄소소재를 비롯한 원천소재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상용화돼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기를 기대해본다.
박양덕/(주)씨알텍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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