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심장근육 커지는 병 가진 20대 이두현 씨

입력 2014-12-03 08:00:00

"24시간 침대 생활…이식받을 심장만 기다려"

이두현(가명) 씨는 22세라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하루 24시간을 침대에 누워 지낸다. 두현 씨의 심장은
이두현(가명) 씨는 22세라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하루 24시간을 침대에 누워 지낸다. 두현 씨의 심장은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질환으로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봄이 기자

이두현(가명) 씨는 22세라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하루 24시간을 침대에 누워 지낸다. 두현 씨의 심장은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질환으로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식받을 심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두현 씨의 심장은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젊은 나이에 병원에서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 때문에, 또 함께 기다리느라 지쳐가는 어머니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소년

두현 씨의 가족은 풍족하게 살진 않았지만 평범한 가정이었다. 아버지는 버스 운전을 하며 어머니와 두현 씨 그리고 여동생까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고, 두현 씨는 또래들처럼 밖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루 종일 뛰어놀아도 지친 기색도 없을 정도로 건강한 아이였고, 운동도 곧잘 하곤 했다.

"해가 질 때까지 뛰어다니면서 놀았죠. 그래도 어디 한 곳 아프지도 않고 항상 튼튼했었는데…."

두현 씨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호흡 곤란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실려갔다. 아버지의 병은 확장성 심근병증. 심장의 크기가 커지고 수축 능력이 떨어지는 병으로 환자의 20%가 1년, 70%가 5년 사이에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아버지는 무서운 병에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계속해서 일을 했다. 병세가 깊어지면서 피로감은 나날이 더해갔고 살은 계속해서 빠져갔지만 아버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려서 아버지가 그렇게 아프셨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철이 없는 아들은 아버지 걱정은커녕 놀러다니기만 좋아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죠."

7년 전 아버지의 심장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쓰러져 병원으로 간 아버지는 확장성 심근병증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진 심장이식도 고려하지 않았다. 너무 큰 수술 비용이 가족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갈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중학생이던 두현 씨는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죠. 얼른 졸업해서 일을 하고 가족들을 보살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병을 앓게 된 아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 뒤. 고등학생이 된 두현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른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다는 것. 이 병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된다는 것 때문에 불안하긴 했지만 평소 워낙 건강을 자신했었던 두현 씨였다.

"아버지가 이 병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봤잖아요. 병을 앓으시고 3년 정도 만에 돌아가셨으니 저에게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거란 생각에 앞이 깜깜했어요."

병은 두현 씨의 꿈도 앗아갔다. 태권도를 배우면서 태권도 사범을 꿈꾸던 고등학생 두현 씨에게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조차 사치가 돼버렸다.

"시합에 나가 실력을 인정받기도 하고 태권도를 하면 즐거웠어요. 하지만 심장이 태권도를 버틸 수 없는 상태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진 날짜에 맞춰 병원에 가고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밖엔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두현 씨에게는 계단을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두현 씨는 휴대폰 판매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운동량이 많은 일을 할 수 없어 선택한 일이었다. 일을 하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두현 씨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몸이 좋지 않으면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셨던 그 기분을 그대로 느꼈어요. 최대한 건강을 챙겨가면서 일을 하긴 했지만 사실 힘든 순간들도 많았죠."

◆심장이식을 기다리면서도 수술비 걱정

두현 씨의 심장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심장박동이 느려지는 부정맥까지 생기면서 지난해에는 전기충격기를 체내에 삽입하는 수술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병은 악화됐고, 두현 씨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것 외에는 조금이라도 힘든 일은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됐다.

병원에서는 심장이식을 권유했다. 두현 씨도 아직은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식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아버지가 이식을 생각조차 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을 때 남겨진 가족들은 너무 힘들었어요. 당장은 힘들더라도 건강해져서 가족들을 돌보자는 생각으로 심장이식을 결정했죠."

그때부터 두현 씨의 기다림은 시작됐다. 이식받을 수 있는 심장이 나타날 때까지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두현 씨. 어머니도 24시간 병원을 떠날 수 없다. 이식받을 심장이 구해지면 바로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난 두 달간을 병원에서 지냈다.

두현 씨는 요즘 밤마다 잠을 설친다. 언제까지 버텨줄지 알 수 없는 심장도, 가족들도 걱정이다. 심장이식을 받게 되면 발생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수술 비용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면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걱정스럽지 않은 게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건강해진 뒤에 가족들을 챙기고 다시 운동할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는 거죠."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