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풍요로운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가 났다." 2차대전 초기 프랑스 총리를 지낸 프랑스의 좌파 정치가 에두아르 달라디에가 1933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돌아와 한 말이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는 농업집단화에 저항하는 농민을 분쇄하기 위해 스탈린이 기획한 관제기아(官製飢餓)로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그 수는 250만~350만 명에 달했다.
달라디에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가 본 갓 구운 빵은 회반죽을 색칠해 만든 가짜였다. 이렇게 소련의 실상에 눈을 감은 저명인사는 역사의 기록에 넘쳐난다. 영국의 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도 1932년 대기근 때 소련을 방문한 뒤 "러시아인이 영국인보다 체격과 일반적인 건강상태가 더 양호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소련을 방문한 극작가 버나드 쇼는 소련 국경을 넘으면서 가지고 있던 음식을 열차 밖으로 던져버렸다. '러시아에는 음식이 부족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에서다. 과연 그가 본 소련땅 어디에도 굶주림은 없었다. 그는 모스크바의 외국인 전용식당을 둘러본 뒤 "여기 어디에 음식이 부족한 곳이 있다는 말인가"라고 격찬했다.
레닌은 이처럼 거짓말로 소련과 공산주의에 아부한 서방의 좌파 인사들을 '쓸모있는 바보들'(useful idiots)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주의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란 믿음 때문에 소련의 실상에 대해 거짓말을 했지만, 돈 때문에 그렇게 한 인물도 있었다. "스탈린이 자유주의 헌법을 주장하고 있으며…비밀 보통선거를 계획하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한 주소련 미국대사 조지프 데이비스이다. 그는 당시 성상(聖像)이나 성배(聖杯)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소련 정부의 도움으로 말도 안 되는 싼값에 구입하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 정권하에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교포 신은미 씨는 이들과 똑 닮았다. 북한에 대한 그의 '보고'는 북한에서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얘기와 180도 다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들은 북한이 그렇게 살기 좋다고 하면서 북한에서 살 생각은 없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도 신 씨는 레닌의 쓸모있는 바보들과 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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