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의 꿈] <1>주목받는 대안경제

입력 2014-12-02 11:21:10

"양극화·실업문제 해결" 스스로 싹 틔운 공동체

대구 사회적기업인 \
대구 사회적기업인 \'커스프\' 직원들이 수화로 사랑을 뜻하는 손 모양을 지으며 활짝 웃고 있다. 커스프는 대구 중구 인쇄골목에 위치한 인쇄업체다.

사회적기업이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경제'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한 사회적기업은 근로 빈곤의 심화, 고용 없는 성장시대의 도래,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수요 증가 등 기존 경제체제가 안은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경제의 장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왜 사회적 기업인가?

사회적기업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개념으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추구하면서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또는 단체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이 출범한 것은 2007년이지만, 설립 배경은 그보다 10년 전으로 거슬러가야 한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닥쳐 실업률이 늘고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그때까지 사회적 문제는 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나섰지만, 전국적인 문제로 번지자 정부가 아닌 사회공동체가 주체로 나섰다. '복지'가 아닌 '자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공공근로사업, 자활사업,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이어지던 정부의 취약계층에 대한 사업에 이즈음 사회적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커뮤니티와 경제' 박진영 팀장은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 감소, 급속한 고령화·가족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사회서비스 수요가 증가한 것도 사회적기업이 주목받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03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해 (예비)사회적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면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면서 사회적기업이 본격화됐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인증받은 기업은 첫해 36곳에서 올해 8월 기준 1천124곳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회적기업은 ▷지속한 일자리 제공 ▷사회적 필요 충족 및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사회 통합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윤리경영' '착한 소비' 등 윤리적 시장 확산에 이바지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예비)사회적기업에 대해 최저임금(시급 5천210원)에 근거해 연간 1천300만원의 인건비를 참여근로자에게 지원한다. 지원기간은 예비사회적기업 2년, 사회적기업 3년으로 총 5년간이다. 근로자 인건비 경우 예비 1년차 90%부터 사회적기업 3년차 50%까지 연차적으로 차등 적용한다.

◆대구 사회적 기업 현황

대구시의 사회적기업은 올해 11월 현재 총 117개소로,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이 51곳, 직전 단계인 예비 사회적기업이 66개소이다.

대구 중구 남산동의 인쇄업체인 '(주)커스프'는 전희찬(34)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대구 남구에서 8년여간 인쇄업을 했던 전 대표는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두고 재작년 10월 예비사회적기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7월에는 정식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 역시 한쪽 눈에 장애가 있는 전 씨는 현재 청각·지체장애를 가진 직원 11명과 비장애인 직원 5명과 함께 업체를 꾸려가고 있다. 커스프는 명함, 스티커, 전단, 포스터, 팸플릿 등 다양한 종류의 인쇄물을 취급한다. 수억원을 투자해 자체 인쇄물생산 설비도 갖췄다. 사회적기업 운영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는데 직원 수가 많다 보니 적자를 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사실 적자보다 더 힘든 것은 일반기업이나 공기업이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우선구매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이라며 "사회적기업의 좋은 선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동천동의 '농부장터'는 김기수(53)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농부장터는 2009년 조합원 출자금으로 설립됐으며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사회적기업인증을 받은 것은 올해 9월이다. 북구 학정동에 제2 분점까지 냈다. 농부장터는 도심 속의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농민 조합원과 협력농가(생산자 단체)가 생산한 과일·쌀 등 농산물을 직거래하고, 친환경 생필품, 식가공품, 축산품도 판매하고 있다. 농부장터는 아파트, 직장을 찾아가며 순회 장터를 열고, 집단공동 구매 시스템을 통해 단체, 회사, 관공서 등이 물품을 필요로 하면 일괄 배송하고 있다. 김 대표는 "로컬푸드를 취급해보면 생산지인 경북에서 소비자가 있는 대구로 유통하는데 있어 '경북 따로 대구 따로' 식의 장벽이 있다"며 "도농 상생 형성에 이바지하고 싶은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해 9월 사회적경제과를 신설,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0년에는 사회적기업 주부서포터즈도 조직해 매년 사회적기업 제품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 양광석 사회적경제과장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경영컨설팅과 정보제공 등의 경영지원과 공공기관 우선구매,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 제공 확대, 사회적기업 자생력 제고 및 착한 소비문화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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