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의 날 기념 토론회…지원책 30년간 변함 없어, 차가운 인식 개선 급선무
"몸이 힘든 것보다 사람들의 냉정한 시선이 더 아픕니다. 한국에서 에이즈가 처음 발병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에이즈 환자에 대한 지원책은 제자리걸음입니다."
1일 오후 3시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한 강의실.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간단한 진료조차 받지 못했던 일, 연구용 시신 기증을 거부당했던 일, 친구는 물론 가족과의 관계마저도 끊겨버린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익숙한 이야기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대구경북 HIV/AIDS 감염인 자조 모임인 '해밀' 회원들. 여운(가명) 해밀 회장은 "심지어 치료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의료인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는 일도 허다하다"고 했다.
세계에이즈의 날(12월 1일) 27주년을 맞아 '에이즈 감염인 복지 실태와 법정장애인 지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이재화 대구시의원,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에이즈 감염인 자조 모임, 시민 등이 참석해 에이즈 감염인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 관심을 기울였다.
토론자들은 '법정 장애인 인정'과 더불어 '에이즈에 대한 인식 개선'이 급선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들은 에이즈 감염인을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으로 지정해 정부 차원에서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감염인의 고충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져 시민들이 에이즈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거둘 때 감염인들이 세상에 나설 용기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에이즈 감염인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직장에 알려진 뒤 직장을 그만두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했다. 감염인 대부분이 이 같은 일을 겪는다. 에이즈 감염인이 법정 장애인으로 인정되더라도 신분노출 등의 위험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틈틈이 토론자들은 에이즈는 기침, 악수 등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등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점에 대해 알려주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지영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은 "에이즈는 관리만 잘하면 비감염인들과 비교할 때 수명에도 큰 차이가 없어 외국에서는 이미 만성질환으로 취급되고 있다. 인식 개선과 함께 감염인에 대한 생활비, 치료비 지원 등 법안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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