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많은 아이들의 꿈은 대통령이나 장군이 되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힘이 세 보였고, 장군 군복의 별은 빛나 보였다. 한때는 의사보단 물리학자, 공학자를 꿈꾸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은 이과 학생들은 무조건 의사부터 되고 보자는 풍토이고, 그 외 연예인이나 가수가 선호 직종이 되어 있다.
꿈은 원래 개인적인 것이다. 다들 출생 배경과 성장 과정이 달라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왜 유독 특정 직업만 '대단한 업'으로 각인되어 있는가?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곡선보단 직선, 배려보단 돈의 논리, 수평보단 수직의 사고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정은 별 문제 삼지 않았다. 또 수직의 사다리만 빨리 오르면 성공한 삶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신문엔 늘 소위 성공한 자들의 부도덕, 탐욕, 범죄, 자살, 일그러진 얼굴들로 도배된다. 우리는 무엇을 놓친 것일까?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은 말한다.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수세기에 걸친 집단정신의 대변자요 희생물이다. 우리는 세계라고 하는 극장 무대에서 주로 대사 없는 단역배우 역할만 해왔다"고. 그는 인간의 '고독'이 주변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겐 황당무계한 것으로 간주될 때 생기는 정서라고 했다.
자신이 그 사회의 집단정신에서 이탈되어 있다고 여길 때 고독이 음습해 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벽 때문에 그 뒤를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없다고 하며, '칸막이벽' 없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평생 우리는 타인이 비추는 거울 앞에서의 나르시시스트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아파트 주민의 공격적, 멸시적 언사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비관자살한 경비원 아저씨 이야기를 접한 바 있다. 그 주민의 삐뚤어진 '갑질 의식'이 우리 모두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다. 돈과 힘만 믿는다면 바로 그자가 저급한 집단정신의 희생자이리라.
빨리 등산하다 보면 바위틈에 뿌리내린 들꽃의 숨소리를 듣지 못한다. 앞의 두 손에만 집착하다 보면 자기 등 뒤 영혼의 배낭이 텅 비어 있음을 알지 못한다. 남의 눈에 대단해 보이는 자 이상으로 자기 내면이 속삭이는 울림을 발산하고 귀 기울일 줄 아는 자가 행복한 자다.
우리 사회도 이젠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정글의 법칙을 집단 무의식으로 정착시킬 때다. 도덕경을 쓴 노자는 말한다. "모든 사람이 명석한데 나만이 흐리멍덩하구나"라고. 노자는 '직선과 수직 편향'의 집단의식 때문에 한국인이 잃어버린 소중한 다른 가치가 눈에 보였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 눈은 초롱초롱한데 그의 눈은 흐리멍덩하지 않았을까?
신경섭(시인'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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