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다해 '가문의 영광' 이을 것"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과연 우리 시대에도 이런 정신이 살아있을까. 가문의 명예와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사회적 책무를 다했던 종손 정신을 되새기는 '2014 종가포럼'이 지난달 28일 상주문화회관에서 열렸다. 한국국학진흥원 주최, 경상북도 후원으로 열린 포럼의 주제는 '종손, 책임과 포용의 삶'. 종가를 지켜온 종손의 역할과 위상을 과거-현재-미래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조명했다.
안동 권씨 부정공파 상주문중(종손 권혁용)으로 조선 중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마애 권예(1495~1549) 집안. 문중 종손인 권전(1549~1598)은 1592년 임진왜란이 터지자 벼슬을 버리고 이순신 장군을 찾아가 수군으로 혁혁한 공을 세우다 노량해전 중 이순신과 한날한시에 전사한다. 그의 동생인 권극, 권지도 육군으로 참전해 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문중 종손은 임진왜란 후 300여 년이 흐른 구한말에 다시 항일투쟁에 나선다. 추산 권기일(1886~1920)은 1910년 종가의 천석 재산을 모두 처분한 뒤 가솔들을 이끌고 만주로 항일투쟁의 길에 오른다. 독립군 양성소인 신흥무관학교에 전 재산을 투자했고, 항일투쟁 10년 만인 1920년 신흥무관학교를 습격한 일본군과 맞닥뜨려 항전하다 36세에 순국했다.
500년 전통 명문가인 고성 이씨 임청각 종가의 17대 종손 석주 이상룡(1858~1932)은 국권이 강탈당하자 조상의 신주를 땅에 묻고 모든 가산을 처분한 뒤 일가를 이끌고 만주로 망명해 조국 광복을 위해 여생을 바쳤다. 유서 깊은 종가의 종손으로 이유가 어디에 있든 조상의 신주를 땅에 묻고 망명한다는 것은 당시는 물론 지금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종가의 전승 보존을 위해 때로는 책임으로, 때로는 포용과 헌신으로 자신의 삶을 다독이며 앞장서 종가를 이끈 종손들의 긍정적 사례들이 부각됐다.
이해준 공주대 교수와 백명진 서울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고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박사는 종가의 범주와 역사적 변천, 종가의 현주소를 소개했다. 석주 이상룡 선생을 소재로 한 창작극 '나라를 찾기 전에는'이 공연됐고, 종손의 일생과 관련된 유품을 비롯해 전통요리 422종의 조리법이 수록된 상주 반가의 조리서 '시의전서'에 등장하는 음식 체험도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영종회(嶺宗會'대구경북 불천위 종가종손 모임), 경부회(慶婦會'경북지역 600여 명의 종부 모임)를 비롯한 지역 대표 종가의 종손'종부들이 함께 했다.
김종석 한국국학진흥원 기획조정실장과 소홍영 경북도 문화유산과장은 "전국에서 가장 우월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경북의 종가문화를 발굴하고 계승해 한국의 대표 무형자산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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