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 건축기행] <46>팔공산 자락 '남원리 주택'

입력 2014-11-29 07:23:17

침대 누우니 밤하늘의 별 반짝…자연 속에 자연을 품은 집

침대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을 깬다. 상큼하게 맑은 공기와 발아래로 펼쳐져 보이는 경이롭기만 한 자연경관이 도시생활에 젖어 있는 생활과는 너무 달라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침대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을 깬다. 상큼하게 맑은 공기와 발아래로 펼쳐져 보이는 경이롭기만 한 자연경관이 도시생활에 젖어 있는 생활과는 너무 달라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새집에서 하룻밤 지내보신 느낌이 어떠세요? 잠은 편안하게 잘 오던가요?"

주말 늦은 오후 집들이 파티를 위해 초대된 방문객들과 마당에 지펴놓은 장작불 곁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어제 이곳에서 하룻밤 묵었다는 건축주의 딸 부부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참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현실적? 잠시 의아해하는 좌중에 사위 되는 사람의 설명이 이어진다. '서울'이라는 각박한 대도시의 일상에 묻혀 생활해오던 그에게 침대에 누워서 밤하늘의 별이 보이고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아침에 깨보니 상큼하게 맑은 공기 와 발아래로 펼쳐져 보이는 자연경관이 불과 하루 전 자신의 일상과는 너무 극적으로 반전된 상황에 그것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더라는 것이다.

"정말이지 맑은 날은 침대에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가 있어요, 넘치는 감흥에 도저히 그냥 잠을 못 잘 때가 많아요."

그리고 언제든지 시간이 날 때 와서 하룻밤 묵어 보며 그 환상적인 밤과 아침을 한번 맞아 보라는 집주인의 감성적인 후렴과 배려가 뒤를 이었다.

몇 해 전부터 전원생활의 꿈으로 대구근교에서 동해안,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부동산 정보를 뒤지고 다니던 나의 탈도시 감행 의지를 또 한 번 불끈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집들이를 하는 날 건축가는 그 집에 대한 업무적 관계의 기분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기도 한데 설계자로서 주택의 편의성과 정서적 기분에 대한 부분이 은근히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에 자연경관에 빠져 잠을 못 이루었다는 아리송한 표현은 잠시 생각을 멈칫하게 한다.

조형적 디자인보다는 기존 환경과의 유기적 관계 맺기로 이곳 자연과 가장 자연스러운 집을 짓고자 했던 초기의 건축개념이 잘 배어 있음을 상기시키는 긍정적 대답으로 이해하니 제법 기분 좋은 성적표라도 받아든 느낌이다.

건축주는 얼마 전 정년을 맞이한 미술대학 교수이자 화가인데 오랜 세월 출퇴근해오던 학교와는 상당히 먼 거리의 일상적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20여 년 동안이나 이 지역의 자연환경과 바꾸어 생활해 올만큼 이곳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각별하다. 아마 그 일상적 불편함을 '느림의 미학'으로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

대구근교의 팔공산 서쪽 끝자락 '남원리' 마을 산허리 중턱에 있는 이곳 주택의 새로운 건축계획은 연건평 60여 평 규모로 1층에는 여름과 겨울나기를 위해 마련된 작은 화실과 1개의 침실, 2층에는 진입 현관과 거실, 아일랜드형의 부엌과 다른 하나의 침실로서 노출 콘크리트 외장으로 두 개의 길쭉한 직사각 큐브가 경사를 따라 중첩된 2층으로 구성 되어 있다.

장소의 만족도에 비해 기존 건축에 대한 긴 시간의 불만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은 듯이 건축주는 새 주택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높낮이가 다른 두 개의 앞뒤 마당과 하늘이 쏟아지는 거실의 긴 천창, 소실된 목조주택과 어색한 동거를 해왔던 기존의 작업실동과의 새로운 조화가 자연스러워졌다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기분을 함께 나눈다.

화가인 건축주와 무형의 이미지에 대한 소통을 통해 조형적 공감을 이루는 과정에서 추출된 에너지들이 끈적끈적한 건축적 기운으로 감지될 때 차라리 건축은 지워지고 자연으로 다가온다.

작가들의 작업실 프로젝트는 건축가들의 로망인데 필자는 남원리 주택을 통해 그러한 로망의 건축적 호사를 누려 보았다. 그것도 자연의 감흥에 북받쳐 잠조차 설치는 그런 자연 환경 속에 내 로망을 일구었다. 이 행복한 시간들이 분에 넘치는 호사라는 기분에 문득 열악한 난방의 쪽방에서 겨울나기를 걱정하는 이들의 모습이 스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해는 계획을 다짐하는 마음보다 생각 없이 저지르는 실행을 통해서 많은 나눔의 기회가 있기를 소망한다.

글/사진= 이용민 PAN건축조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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