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가계 빚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가계부채 규모가 1천6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60조 3천억 원으로 석 달 만에 22조 원 늘었다. 가계소득이 빚을 감당할 수 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늘어난 빚이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계 빚이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는 8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3분기 증가한 가계부채 22조 원 중 60%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지난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가 완화되면서 은행 대출 문턱이 낮아지자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가구가 크게 늘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도 가계부채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가계 빚이 증가한 만큼 상환능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정한 소득이 유지되거나 증가해야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데 경기는 계속 후퇴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부진한 상태다.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데도 대출을 통해 집을 사거나 생활비를 충당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균형이 무너지고 '빚 폭탄'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부른 미국 주택채권 부실에서 보듯 늘어난 가계 빚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한국은행은 뒤늦게 가계부채에 대해 전수(全數)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신용평가기관들이 갖고 있는 대출 자료를 분석해 대출자 개인별로 부채 수준이 어떤지, 빚을 감내할 만한 수준인지 등 실태를 세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는 느슨한 입장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예상과 달리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고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 국내외에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하고 소득증대 방안 등 상환 능력을 키우는데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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