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감
유재호(1959~ )
찌는 듯한 삼복더위 이글대는 뙤약볕에
푸른 감들은
무선충전 중이다
올 가을
서늘한 태양빛을
내걸 것이다. 가지가지
- 33호, 대구'경북작가회의, 2014.
우리나라가 하늘이 푸른 나라라고 알려지게 된 일화가 있다. 성급한 기자가 공항에 달려가 미국 사람 오는 것을 취재한다. 한국의 첫인상을 말씀해 주세요. 그는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아직 한국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비행기 안에서 조그만 창으로 하늘만 봤기에 '하늘이 매우 푸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하늘이 가장 푸른 나라가 되었다.
사실 몽골의 하늘이 더 푸르다. 외국인들이 꼽는 한국의 인상 가운데 가장 자주 이야기되는 것이 감나무가 있는 마을이다. 감나무는 마을마다 없는 마을이 없을 정도로 한반도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 제사상에는 반드시 감이 올라야 한다. 겨울에는 곶감이 오른다. 우리가 모두 아는 전래동화에도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가 있다. 호랑이와 감나무가 많았다는 뜻일 터이다.
가을날 차를 타고 국도를 가면 감나무에 감이 빨갛게 열린 마을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감나무가 있는 마을을 지나면 누구나 고향처럼 느껴질 것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불타는 듯 곱게 익은 감이 열린 풍경은 정겹고도 서늘하다.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정취가 있다. 시인은 푸른 감이 여름내 태양의 정기를 무선충전하여 가을에 '서늘한 태양빛을 내건' 것이라 하고 있다.
권서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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