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公 김차중 경영관리처장

입력 2014-11-25 07:30:56

"대구로 시집온 새닥같은 기분 지역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

"처음 시집 온 새댁 같은 기분입니다. 대구로 이전해 온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비슷한 심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댁의 문화, 풍습을 한둘씩 배워가야겠지요.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대구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일만 남았죠."

한국가스공사 김차중(54) 경영관리처장은 대구로 이전한 소감을 '새댁'에 비유했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조심스러움과 기대감이 복합된 듯했다. 올해 가스공사 근무 27년차인 그는 1988년 가스공사 개청 이후 줄곧 서울에서만 근무를 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사옥이전팀'을 조직, 올해 11월까지 2년간 이전 준비를 해왔다.

"단순한 근무지 이전이 아니라 정주 여건 자체가 변했잖아요? 두렵고 낯설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정착하고 있습니다. 타 지역의 혁신도시와 비교해보면 대구는 혁신도시 인프라나 교육 등 정주 여건이 매우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무지 이전에 따른 가장 큰 어려움으로 '가족 동반'의 어려움을 꼽았다. 취학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교육 문제가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대구로 온 가스공사 직원 850여 명 중에 가족 동반자는 150여 명 정도입니다. 대부분 교육 인프라가 좋은 수성구에 집을 구해 있어요. 반면 단신 부임자들은 집 구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직 회사 주변에 깨끗한 숙소가 부족한 형편이지요. 가스공사는 혁신도시 내에 298가구의 숙소를 지어 단신 부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교통 문제다. 서울 출장이 잦은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 경우 동대구역에서 안심역, 각산역까지는 편리하지만, 도시철도역에서 혁신도시 내 각 회사로 이동하는 일이 만만찮다. 김 처장은 "안심역, 각산역과 혁신도시를 정해진 시간에 오가는 마을버스 개념의 순환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나 시민들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에 대해 거는 기대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전 공공기관의 가장 큰 기여는 결국 고용이다. 한국가스공사 경우 대구에 이전한 이후 청소, 경비, 식당 등 서비스 용역 인원으로만 200여 명을 뽑았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겠지요. 최근 직원을 뽑았더니 영남 출신이 기존의 15%에 비해 30%로 상승했더군요. 다만 선발 과정은 타지역 역차별 논란이 일지 않도록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혁신도시와 동구의 균형 발전 노력이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도시라는 게 우리만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속도로로 단절돼 있다 보니 기존 주민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아쉬워요. 동구 자체의 발전도 중요합니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가 수성구잖아요. 동구에도 좋은 정주 여건이 조성돼 많은 직원이 동구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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