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의 시와 함께] 낙엽

입력 2014-11-24 15:00:44

# 낙엽 -김윤현(1955~ )

아직 생이 끝난 건 아닌데

전성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누군가 함부로 밟고 간다

바람 같은 사람이

또 어디 있어

더 낮은 곳으로 몰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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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계절이다. 봄엔 잎을 피워 연초록 사연으로 봄소식을 전했다. 여름엔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고 시원한 바람을 깃들게 했다. 가을엔 고운 단풍으로 연인들의 산책길에 정취를 더했다. 가을, 사명을 다한 잎들이 지고 있다. 너무나 질서정연하여 오히려 숙연한 자연의 섭리다.

봄의 연초록도 아름답지만 엽록소가 빠져나간 낙엽도 아름답다. 소년의 젊음도 아름답지만 백발의 노인도 아름답다. 시인은 아직 완전히 생명이 끝나지 않은 낙엽이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바람에 날려 낮은 곳으로 버림받는 모습을 나이 든 사람의 소외에 비유했다. 현대사회는 능률과 빠름만을 강조한다. 바람직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빠름과 능률로 인해서 우리는 전통사회의 많은 미덕을 잃어버렸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어버렸고 노인에 대한 공경도 잃어버렸다. 은행나무로 가로수를 조성한 곳이 많다. 가을에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가로수 길을 걷는 정취가 좋다. 그런데 은행 열매가 떨어져 사람들의 발에 밟히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다. 어떤 도시 사람들은 이걸 참을 수 없어서 은행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로 가로수를 바꾸라고 아우성이다. 며칠간의 냄새도 참을 수 없는가 보다.

유럽 사람들은 노인이 한 사람 돌아가시면 백과사전이 한 권 없어졌다고 안타깝게 여긴다. 젊은이보다 많은 지식과 지혜를 가진 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경로사상이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의 자랑인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도 차츰 낙엽과 함께 사라지려 한다. 그래서 노인들은 이런 노래를 한다고 한다. 너는 늙어봤니? 나는 젊어봤단다.

권서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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