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으로] 대구, 일상의 재발견

입력 2014-11-22 08:00:00

대구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가끔 듣는다. 폐쇄와 정체(停滯), 불친절한 말투와 정치적 일방성, 대형재난사고 등이 강조되면서 막장도시 대구라는 지독한 말까지 들린다. 물론 나는 이런 막장식 표현을 단호히 거부한다. 한 도시와 지역의 문제점은 당연히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도시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나 배척일 수는 없다. 대구의 한계와 문제는 자못 심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안과 극복의 시작은 오히려 대안적 미래 가치를 설계하기 위한 뜨거운 관심과 이해에서 출발한다. 이해와 관심, 가능성의 모티브를 찾아가는 새로운 전환의 시점에서만 비판도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의 일상을 재발견하자는 제언을 하고 싶다. 일상은 공간과 사람,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세계이다. 대구라는 일상 속에는 우리가 직접 경험했거나 혹은 역사적으로 이미지화된 생활의 삽화들로 가득하다. 어쩌면 그 일상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대구의 가능성과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침 대구의 일상을 재발견하자는 여러 프로그램과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대구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100인 생애사 열전' 사업이다. 70세 이상의 지역 어르신들의 생애 자서전을 기록하는 사업이다. 이 일은 2012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업이다. 생애 자서전은 단순한 개인의 생애를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구의 내부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우리 지역의 진짜 삶에 대한 이해와 애정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생애 자서전은 지역적 삶의 가장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대구의 진짜 역사를 만난다. 대구 사람들의 진짜 삶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구의 일상을 만나는 또 다른 매력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리고 대구의 거리와 젊음에 관한 것이 두 번째다. 거리에는 젊은 도시 대구의 증거들이 가득하다. 최근 주목받는 커피집 'HAVANA'와 요식업 '서가 앤 쿡' '미즈 컨테이너'(퓨전 레스토랑)가 대구 브랜드란 사실은 새롭다. 경북대 북문에서 시작한 서가 앤 쿡의 폭발적인 인기나 대구대 학생식당에서 탄생한 미즈 컨테이너(퓨전 레스토랑)의 성장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대구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목들이다. 소비시장의 대세라 하는 '쇼핑몰' 시장의 시초이자 쇼핑몰의 삼성이라 불리는 '키 작은 남자'가 대구시 북구 원대로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특별하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도시 한가운데서 가장 감각적이며 가장 속도감 있는 소비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젊은 대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소비만을 강조하는 사회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문제적인 영역이지만 젊은 감각이 생동한다는 점은 분명 대구 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HANGLOOSE' '쉬즈나라'(She's Nara) 등 인터넷 쇼핑몰의 주요 회사들이 대구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은 패션과 쇼핑을 기반으로 하는 대구 문화의 강한 거점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이것을 섬유와 패션의 도시 대구의 진화와 확장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치킨 사업 중 몇몇 주요 브랜드가 대구산이란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치맥 페스티벌이 축제의 격을 낮춘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축제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사람과 생활 문화가 적절하게 버무려질 때, 축제는 우리들의 것이 된다.

대구의 일상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대구의 일상은 불친절한 버스와 거친 목소리, 양보 없는 도로, 목소리 큰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는지 모른다. 분명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 변화를 배척에서 찾을 수는 없다. 대구의 가능성과 변화의 시작을 대구의 일상 속에서 조심스럽게 찾아보자. 그리고 대구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일상을 상상해 보자.

박승희/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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