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제품들은 한국에 수입된 뒤 몸값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올해 5월 유모차와 등산화, 립스틱 등 10개 제품의 수입 가격을 공개했다. 수입품의 수입 원가와 시중 판매 가격을 비교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조치다.
관세청에 따르면 10개 품목의 국내 판매가격은 수입가격 대비 약 2.8~9.1배로 나타났고, 이 중 립스틱이 9.1배로 가격 차이가 가장 많이 났다. 평균 수입 가격이 1천833원인 립스틱은 2만7천원, 평균 9천439원에 수입된 립스틱은 3만9천500원에 팔려 최소 4배에서 14배까지 가격이 높아졌다. 유모차도 마찬가지다. E제품의 경우 수입가는 약 32만7천원이었지만 국내에서는 108만원으로 3배 이상 비싸게 판매됐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해외 브랜드 제품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 전 세계에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대신 각 나라 상황에 맞게 각기 다른 가격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다.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온라인 쇼핑 원정'을 떠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브랜드, 같은 제품인데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팔린다. 스페인 중저가 의류 브랜드인 '자라'(ZARA)의 제품 가격을 분석해 봤다. 여성용 오버사이즈 모직 코트가 한국은 22만9천원인 반면 일본 1만9천990엔(약 18만8천원), 프랑스 129유로(약 17만6천원 정도), 홍콩 1천399홍콩달러(약 19만8천원)로 네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스웨덴 중저가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IKEA)는 한국에 정식 매장 개점 한 달을 앞두고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고 있다. 전세계 가격 정보를 다 꿰고 있는 한국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인데도 다른 나라보다 한국 판매가가 높게 책정된데 불만을 품고 항의하고 있어서다. 각 나라 이케아 홈페이지에서 동일 제품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헴네스 시리즈 침대프레임이 한국에서는 33만9천원, 미국에서는 189달러(약 20만9천원)에 판매되고 있어 가격 차가 13만원에 달한다. 같은 제품이 중국에서도 1천274위안(약 23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어 한국 소비자들의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케아코리아 페이스북 공식 홈페이지에는 저렴한 가구의 대명사인 이케아가 한국에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한 이유에 대해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과 일본, 한국의 각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분석해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과 일본에서 이케아가 더 싼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한국 고객을 '호갱'(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칭하는 신조어)으로 본다"며 비판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시장 체제에서 가격 형성은 기업의 몫이고 한국의 가구 시장이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이케아가 이렇게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고 이케아를 옹호하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비판 여론을 뒤집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케아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케아코리아의 세일즈매니저인 앤드류 존슨은 이달 19일 국내 언론 기자 회견에서 "가격은 국가별로 책정되며 가정 방문과 시장 분석, 환율, 관세 등을 검토한다"면서 "(한국 판매가)는 시간이 경과해 제품이 인기를 얻고 수량이 늘어나다보면 그때 가격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가격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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