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너".
매주 월요일, jTBC에서는 전현무 아나운서의 비음 가득한 노래와 함께 이 시작한다. 11개국에서 온 '비정상' 외국인 패널들이 여러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엘리트 외국인들이 즐비하기에 토론이 가벼운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차이를 인정하는 데 야박하고, 소수자에 대해 가혹한 한국 문화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얼마 전 '기미가요' 삽입으로 한 차례 스캔들이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외국인 토크쇼'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에 정말 '비정상'으로 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외국인 출연진들의 출신 국가다. 가나 출신 샘 오취리를 제외하면 캐나다, 독일, 미국, 프랑스 등 OECD 국가에서 온 백인 출연진이 주를 이룬다. 아시아에서도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 출연진만 등장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한국인이 '외국인'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즉각 떠올리는 환상 속의 편견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것이 '환상'임은 한국 거류 외국인 국적 비율을 볼 때 선명히 드러난다. 법무부의 체류외국인 국적별 현황에서 10위 권 안에 든 '비정상' 출연진의 출신국은 중국, 미국, 일본뿐이다. 이외에는 '비정상'들을 대신하여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이 자리한다. 에 이런 나라들을 대표하는 '비정상' 패널은 등장하지 않는다. 수출지향국인 한국에 거류하며 산업 생산량에 실제로 기여하는 이들은 이런 나라에서 온다. 하지만 그들은 토크쇼만큼이나 한국인의 일상에서도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다.
산업연수생 제도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10주년을 기념해 자축연을 열었다. 이주노동자 권익이 10년 전에 비해 향상됐고, 송출비리도 줄어들었으며, 소위 '불법체류자'라고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비율도 낮아졌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오늘도 이주노동자 밀집지대에서는 이 제도가 인권침해이자 인종차별이라며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다.
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생산성 대비 임금이 높다는 이유로 수습 시 최저임금 미적용, 숙식비 공제 등 '합법적'인 임금 삭감 제도를 고용허가제에 '보완'했다. 성인이 되어 국내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는 성장 과정에서 국가적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생산성 대비 임금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 사업주가 계약기간 동안 이주노동자의 자유로운 직종전환을 금지하는 사항도 추가했다. 적성에 맞게 자유롭게 다른 직종을 찾아가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제도를 악용해 임금체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에는 출국을 해야만 퇴직금을 수령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다. 한국인도 퇴직금을 못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고국에 돌아가야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수십 년 전 중동이나 독일에 갔던 한국의 '산업역군' 세대가 그곳에서 이런 처우를 받았다면 진노만으로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면 정부는 '투자이민제'를 통해 5억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영주권을 부여한다. 그 결과 제주도는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편법 토지 소유, 난개발, 국부 유출 등에 시달린다. 한쪽에서는 결과가 어떻듯 돈만 가지고 들어오면 영주권까지 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길게는 십 년 넘게 저임금에 시달리며 일을 해도 인간의 기본 권리마저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인간의 가치, 몸의 가치, 노동의 가치가 언제까지 이렇게 저렴해야 하는가?
에 나타나는 편중된 국가군과 직업군은 인간의 가치가 돈의 가치를 이기지 못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불관용한 우리 사회의 민낯과 닿아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유럽인 대기업 임원, 미국인 명문대학생뿐만 아니라, 부품 공장에서, 담배농장에서, 수산물 가공공정에서 몸으로 익힌 한국어로 한국사회를 말하는 '비정상'들이 출연하는 은 아직까지는 상상의 영역에 남겨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현석/의사·작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