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에 있는 한 협회의 교육장은 매주 수요일 교육이 있어 신입 교육생들이 많이 찾는다. 이 때문에 주변 식당이 수요일마다 붐빌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생들이 교육장 인근 북구청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기 때문이다. 이 구내식당에서는 3천원만 내면 식사를 할 수 있어 공무원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찾는데, 특히 매주 수요일이면 이용자의 20%가 협회 교육생들로 채워진다.
북구청 인근 식당 주인 황모(62) 씨는 "협회 교육생 외에 구청에서 하는 전산교육 등도 있는데 이들 교육생도 대부분 구내식당으로 가는 것 같다"며 "구내식당 밥값이 우리 집 가격의 절반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입이 월 150만원밖에 안 된다"고 했다.
남구청 주변 식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단체 교육은 물론이고 구청 근무자 430명 중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공무원의 수가 반을 넘지만, 주변 식당가에선 이들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 구청 과장급이 자주 찾는 식당에는 젊은 공무원들이 잘 가질 않는다. 대부분 구청에서 거리가 떨어진 식당을 찾아간다.
주변 식당 주인은 "구내식당 영향에다 젊은 직원들은 간부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버리니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고 했다.
외식업자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지방자치단체 및 관공서 구내식당 탓에 주변 상권이 무너진다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관공서 구내식당이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인까지 끌어들이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회원 200여 명(경찰 추산)은 17일 오후 2시부터 2시간여 동안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공공기관 구내식당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같은 날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대구 수성구청과 경북도청, 포항시청 등 대구경북 지자체 구내식당 3곳을 포함해 전국 72곳 구내식당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안전행정부에 제출했다. 이 단체는 전국 60개 지자체와 경찰청, 교육청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외부인 식사를 허용하지 않는 관공서 구내식당은 전국에서 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는 포항시청 구내식당의 외부인 식사 비율이 25%에 이르렀고, 경북도청과 수성구청도 각각 10%로 조사됐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식품위생법에서 집단급식소를 설치한 기관의 직원 외 일반인을 상대로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점을 근거로 들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지적할 수 있지만 민원인 등 외부 이용객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내식당 이용 외부인 대부분이 관공서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고, 매월 구내식당 휴무일을 정해 주변 식당가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외부인 식사 비율이 높은 것은 포항시설관리공단 직원들도 시청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이다"며 "월 2회 금요일 구내식당 휴무일을 두는 등 시청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관계자는 "공공기관 구내식당이 외부인에게 식권을 팔지만 않아도 골목상권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구청 직원들 또한 구민을 살리는 차원에서 주변 식당가로 나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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