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 인근 선생 조카 통해 확인
'팔공로 70길 40-5'. 도로명 주소가 선명하게 보이는 양옥집을 가리키며 스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가 고모님이 어릴 때부터 살던 집터입니다. 그때는 이곳이 기와집이었지요."
옆에 서 있던 이성란(50·팔공측백 문화재지킴이 회장) 씨는 순간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때 '대구아리랑' 레코드판을 내고 가야금 병창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계란 선생이 살던 집터를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낙동강 기나긴 줄 모르는 님아. 정나미 거둘랴고 가실려요. 아롱아롱 아롱아롱 아라리요~." 지금도 경상감영 인근에 있는 근대역사관에 가면 가야금 창의 명인 최계란의 육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지만 최계란 선생이 누구인지, 대구아리랑이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모 방송국에서 대구아리랑을 소개하면서 그녀가 불로동 사람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정부는 2012년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고 올해부터는 10월 1일을 아리랑의 날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아리랑축제나 행사가 열렸다. 문경시는 문경새재에 아리랑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국비 1천200억원을 유치할 예정이고 밀양은 아리랑파크를 조성 중이다. 또 정선군은 정선아리랑 전시문화공연 센터를 신축 중이다.
하지만 대구는 최계란 선생이 부른 레코드판 실물과 노래가 있음에도 올 아리랑의 날을 조용하게 보냈다. 다만 대구아리랑의 실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만이 자체 기념식을 가졌을 뿐이다. 정은하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장으로부터 대구아리랑을 배운 이성란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도동 인근에 최계란 선생의 조카(스님)가 살고 있는 것을 알고 몇차례 찾아간 끝에 선생의 생가 터를 알아냈다. 이제는 대구아리랑을 널리 알리는 일만 남았다.
동구의 자원봉사단체협의회는 15일(토) 오전 10시 불로천에서 '제1회 최계란 선생의 대구 아리랑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는 재능기부 차원의 무료공연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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