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학교 신설 곳곳 암초…땅값 산정 놓고 법정 공방

입력 2014-11-12 07:26:54

교육청 vs 부지 소유주

포항시 북구 우현동 학부모들로 구성된 초등학교설립추진대책위원회가 이영우 경북도 교육감과 포항교육지원청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우현지구에는 약 650여 명의 학생들이 2㎞가량 떨어진 타지역 학교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북구 우현동 학부모들로 구성된 초등학교설립추진대책위원회가 이영우 경북도 교육감과 포항교육지원청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우현지구에는 약 650여 명의 학생들이 2㎞가량 떨어진 타지역 학교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북구 우현동 우현초등학교 건립 예정 부지. 지난 2011년 9월 학교설립이 허가됐지만, 땅값 문제로 토지 소유주 측과 포항교육지원청이 다투는 탓에 정작 개교는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북구 우현동 우현초등학교 건립 예정 부지. 지난 2011년 9월 학교설립이 허가됐지만, 땅값 문제로 토지 소유주 측과 포항교육지원청이 다투는 탓에 정작 개교는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동우 기자

포항 북구지역 학교 신설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땅값 산정 방식을 두고 교육청과 학교 부지 소유주들 간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학부모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소송이 정리되면 학교 신설 문제도 풀릴 것이라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가로막힌 학교 신설

포항 북구지역 학교 신설 문제는 지난 2012년 6월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감사원은 포항교육지원청에 대한 종합감사를 통해 우현동 우현초등학교와 장성동 장흥중학교가 토지 매입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교육법상 학교용지는 토지구획정리사업 시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하며, 향후 학교가 지어질 때 구획정리 당시 조성원가로 관할 교육청에 매각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장흥중은 2009년 부지 1만4천222㎡를 조성원가 28억원 대신 감정평가액 127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현초교는 부지 1만6천463㎡의 조성원가가 21억원이지만 감정평가액 97억원을 적용해 사업 예산이 신청된 상태였다.

감사원은 두 학교의 토지 매입가격 책정이 모두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장흥중 매각에 관련한 해당 직원 문책 및 손실금 반환청구소송을 포항교육청에 지시했다.

이 같은 사태는 포항교육청이 토지 매입과정에서 법리 해석을 잘못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지난 2009년 학교용지 매입에 감정평가액 일부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는 2009년 이후 토지구획정리 지역에만 적용된다. 각각 1990년과 1996년에 계획된 장흥중과 우현초교는 해당이 안 된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토지구획정리사업 후 실제 매입까지 워낙 오랜 시간이 걸렸고 관련법이 개정된 만큼 원활한 토지 매입을 위해 감정평가액을 적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끝나지 않는 법정다툼

감사원 지적 이후 포항지역 신설 예정 학교는 토지 소유주와 교육 당국의 대립으로 모두 제동이 걸렸다. 토지 소유주들이 장흥중학교를 전례로 들며 조성원가보다 3~4배나 비싼 감정평가액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교육청은 학교 신설을 위해 각각의 토지 소유주들과 2년째 지루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장흥중과 우현초교, 양덕동 양덕중 등 3곳이 소송 진행 중이다. 최근 교육부가 승인한 양덕동 양서초등학교도 토지 가격 책정을 두고 소유주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서초등학교 부지 소유주 측은 "이미 장흥중에 감정평가액을 적용해준 만큼 다른 학교용지들만 조성원가로 판매하길 강요한다면 이것은 특정인에 대한 특혜"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곧바로 학교 신설을 할 수도 없다. 복잡한 토지 소유 주체 때문이다. 부당이익반환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인 장흥중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학교 부지에 대한 소송은 대부분 '토지 소유권한 반환 청구'에 관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용지는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시행한 시공사 측이 조합으로부터 공사대금 대신 받은 사유재산이다. 이 때문에 먼저 해당 학교용지를 토지구획정리조합 측에 넘기는 단계를 거쳐야 하며 이 소송에서 이겨도 다시 조합 측에 조성원가로 매각하도록 요청하는 새로운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보통 몇 년씩 소요되는 소송의 특성상 이 다툼이 도무지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는 셈이다.

◆늦춰지는 만큼 멀어지는 학교 신설

수년이 걸린다고 해도 토지 소유주인 시공사 측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 시공사 측은 학교용지를 조합에 돌려주고 토지 대금을 조합에 다시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현행법상 토지반환금액은 반환 당시의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감정평가액으로 교육청에 매각하나, 조합 측에 돌려주나 시공사의 이익은 엇비슷하다.

오히려 급한 것은 교육계 쪽이다. 오는 2020년 1월 28일이 되면 토지구획정리사업 후 20년이 지난 학교용지는 형질이 해제된다. 현재 포항지역 학교 신설 예정 토지는 대부분 1990년대에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시행된 탓에 2020년이 되면 더 이상 학교용지로 묶어둘 수 없다. 물론 소송이 계속될 경우 지금의 학교용지들은 형질 보존을 할 수 있지만, 이때 발생하게 되는 소송비용 등은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교육예산을 감안하면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이다.

포항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교육부가 방침을 변경해 감정평가액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 예산을 봤을 때 그럴 여유가 없고, 특히 잘못된 선례가 남게 돼 향후 다른 지역 학교 신설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과밀화된 포항 북구지역 학습권 해결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현 상태로는 어느 방법이든 시간이 무한정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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