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충치 없는데 이가 시려요"

입력 2014-11-10 07:13:19

직장인 김모(47) 씨는 찬물을 마실 때마다 이가 얼어붙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충치도 없고 하루 세 번씩 빼놓지 않고 이를 닦는데도 시린 이 때문에 참기 힘들 정도였다. 병원을 찾은 김 씨의 왼쪽 치아 윗부분과 잇몸 사이에는 깊은 홈이 파여 있었다. 이를 안 닦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너무 힘을 줘서 세게 닦은 게 문제였다.

김 씨는 "이를 박박 닦으면 깨끗해서 좋을 줄 알았는데 습관이 오히려 병을 만든 셈"이라고 푸념했다.

충치가 없는데도 찬물을 마시거나 양치를 할 때 이가 시린 경우가 적지 않다. 칫솔질을 할 때 잇몸과 치아가 맞닿는 부위가 시큰하거나 찬물을 마실 때마다 이가 시린 경우다. 이는 대부분 이가 닳아서 치아 속의 상아질이 드러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갈이나 강한 칫솔질이 원인

치아는 치아머리와 치아뿌리로 구분된다. 치아머리는 법랑질이 단단하게 겉을 싸고 있고, 치아뿌리는 백악질로 덮여 있다. 그 안에는 상아질이라는 무른 조직이 존재한다. 치아끼리 오랜 기간 심하게 부대끼면 치아의 씹는 면이 닳는 교모증이 오게 된다. 잠을 잘 때 뽀드득거리는 이갈이는 교모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이를 자주 갈거나 이를 악무는 행동을 반복하면 뾰족한 송곳니가 네모나게 변하거나 올록볼록한 어금니의 씹는 면이 평평하게 변한다. 이 경우 치아 안쪽의 상아질이 노출되면서 상아질 전체에 분포하는 상아세관들이 외부의 자극을 치아 안쪽의 신경과 혈관 조직인 치수로 전달해 통증을 일으킨다.

칫솔질을 너무 과하게 해도 이가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너무 힘을 줘서 칫솔질을 하거나 이쑤시개 등으로 자주 이 사이를 쑤시면 치아 바깥의 단단한 조직이 닳아 없어지는 마모증이 나타난다. 치아의 특정 부분에 잘 나타나고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치경부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오른손잡이일 경우 왼쪽 치아 윗부분을 주로 집중해서 닦기 때문이다. 깊이보다는 폭이 더 넓게 나타나는 점도 특징이다.

음식물에 의해 마모증이 생길 수도 있다. 얼음이나 견과류, 삼겹살의 오돌뼈 등 단단한 음식을 자주 씹어 먹거나 거칠고 질긴 채소를 자주 먹는 경우, 쌀 등을 생식하는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목수나 재단사처럼 못이나 옷핀을 입에 무는 직업적인 습관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지나친 탄산음료도 시린 이 만든다

반복되는 충격으로 인해 치아가 휘어서 휘청거리는 굴곡파절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아는 치아인대를 사이에 두고 치조골에 박혀 있다. 치아 교합이 잘못돼 특정한 치아가 항상 먼저 음식물에 닿거나 잦은 충격이 가해지면 치아가 휘면서 변형될 수 있다. 이 경우 잇몸과 치아가 만나는 치경부에 힘이 작용해 균열이 생기고 단단한 조직이 부서진다. 굴곡파절이 마모증이나 부식증과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치아는 더욱 심하게 부서진다. 부서진 치아에서 상아질이 노출되면 역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탄산음료나 주스 등 산성 음료수를 많이 먹거나 위장 장애로 위산이 역류하는 경우, 자주 토하는 경우에도 이가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산성 액체가 치아에 자주 접촉하면 법랑질 부분이 심각하게 녹아 예민하게 통증을 느끼는 지각과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찬 음식을 먹거나 칫솔을 대기만 해도 예민하게 통증을 느끼게 된다. 비타민C가 많이 포함된 음료수나 구강청결제, 과다한 염소가 함유된 수영장물, 아스피린이나 비타민C 제제 등도 침식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성 구토나 자발성 구토, 어린이의 주기적인 구토, 입덧, 알코올 중독, 위장장애 등으로 위산이 자주 역류해도 침식증이 나타난다.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

일단 한번 파괴된 치질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단순히 먹는 약이나 치약만으로는 시린 이를 치료할 수 없다. 통증이 있거나 지각과민이 있는 경우, 보기에 좋지 않거나 음식물이 달라붙는 경우에는 치주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고 충치를 동반할 수 있어 복합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치아가 닳을 경우 치아 색깔과 비슷한 수복 충전재로 닳아 없어진 부위를 메운다.

심한 경우 치아 전체를 덮어씌우기도 한다. 치아에 너무 오랫동안 자극이 계속돼 치수 신경에 염증이 생겼거나 치아 전체에 금이 갔을 경우에는 치아 신경 치료를 한 후에 치아 전체를 덧씌운다.

충전재의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에 치아 홈의 깊이나 크기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이갈이가 심하다면 보호 장비를 착용해 수면 중 이갈이를 차단하면 도움이 된다. 거친 음식을 즐긴다면 잘게 잘라서 먹거나 아예 피하는 것이 좋다.

치료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탄산음료나 주스를 마실 때는 빠르게 마시거나 빨대를 이용하는 게 좋다. 또 산성을 중화시킬 수 있는 우유를 함께 마시는 것도 좋다. 제산제나 염기성 식품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잦은 구토가 원인이라면 원인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올바른 칫솔질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아가 녹았거나 닳은 사람은 부드러운 칫솔과 마모제가 없는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계명대 동산병원 치과 조주연 교수는 "시린 이는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며 " 올바른 칫솔질은 잇몸질환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 치과에서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칫솔질 방법을 배우고 너무 오래되거나 강한 칫솔모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계명대 동산병원 치과 조주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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