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수출기업들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일본이 그저께 또다시 시중에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양적완화를 단행하면서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더욱 격해진 엔저 공세로 4일 원'엔 환율이 2008년 이후 6년여 만에 100엔당 950원대로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자동차와 철강'조선 등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우리의 주력 수출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18%나 감소한 현대차의 경우 실적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4일 주가가 3.13%나 급락하고 시가총액 2위에서 3위로 미끄럼을 탔다. 엔저로 인한 금융계의 지각 변동이 본격화된 것이다.
엔저 공세가 심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원'엔 환율이 900원 선까지 더 내려가면 내년 수출이 8.8%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수입업체 등 반사이익을 얻는 기업도 있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중소기업이 먼저 큰 타격을 입고 그 위기가 대기업과 금융시장에까지 번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의 3분기 공장 가동률이 최근 5년 중 최저 수준인 70%로 떨어진 것도 엔저 쇼크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원화가 달러나 엔과 달리 국제통화가 아닌 탓에 엔저 공세에 맞설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와 통화 당국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본 제품에 밀려 우리의 수출이 막히고 계속 되는 실적 부진으로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경기 하강을 막는 과감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한마음이 되는 게 중요하다. 국회가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국가적 역량을 모으기는커녕 트집만 잡는다면 경기 회복은 그만큼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회생 불능의 사태에 빠지지 않도록 불필요한 규제들을 풀어 숨통을 틔우고 경제 활성화 법안도 조속히 처리해 기업이 활로를 찾는데 정치권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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