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특별한 선물

입력 2014-11-04 07:34:53

일전에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 한 분이 주말농장을 가꾸어 딴 토마토를 선물로 주었다. 그날 하루 온종일 마음이 따스해 왔다. 그 선물을 통해 전해온 상대의 '특별한 마음' 때문이었다. 마르틴 부버는 저서 '나와 너'에서 사물의 세계는 모든 사물이 합쳐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지만, 만남의 세계는 하나하나의 만남이 절대적이고, 나의 계획과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숙명적 사건'이라고 하면서 만남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은혜'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매일 많은 사람과 마주친다. '만남'과 '마주침'은 다르다. 만남이 두 사람 간의 인격적 교감을 바탕으로 해 만남이 깊을수록 여운도 커지지만, 마주침은 그 자체로 깊은 공명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보호막으로 인해 자신에게 다가온 상대에게 쉽게 자신의 '원형'을 보이질 않는다. 필요와 자존심과 체면이란 방패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로 만나면 그 일이 종결되면 그 사람과의 관계도 사실상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타인에 의존해서야 완전해 지는 존재이다. 세상엔 부자도 참 많다. 잘 난 사람도 참 많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삶의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다. 오히려 차이나는 것은 동일한 시간과 공간과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의 모습이다. 좋은 마음은 좋은 뜻을 세우게 하고 그 뜻이 행해지면 옆의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결국 좋은 마음이란 무엇인가? 사진작가 진동선(2009)은 네 가지 요건을 지적한다. 첫째는 작은 것들을 내치지 않는 마음이다. 마음으로 볼 수 있을 때 작은 것들을 헤아리게 된다. 둘째는 자아를 드러내는 마음의 눈이다.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살펴 반듯함과 따뜻함을 간직하는 것이다. 셋째는 소소한 시간의 의미를 바라보는 마음이다. 삶의 포즈와 그 시간의 의미를 헤아리는 깊이의 눈이다. 마지막은 대상과의 운명적 만남을 바라보는 마음이다. 단 한 번의 마주침을 소중히 하는 마음의 눈이다. 눈은 단 한 번 마주친 세계와의 시간을 담고, 마음은 단 한 번 마주친 세계와의 사건을 담는다고 한다.

'좋은 마음'만큼 특별한 선물은 없다. 그 선물이 받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을 때 그것이 진짜 선물. 그저 주고 싶고 그저 생각났다면 그것이 마음. 선물은 물건에 앞서 마음이 달리는 것. 그 마음이 내 눈 속으로 들어와 내 눈에 그 사람이 아른거리는 것. 향후 인생 백세시대를 맞아 우리는 퇴직 후에도 일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땐 사람들은 옆에 있어 행복해지는 좋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과 동행하고 싶을 것이다. 제대로 만나기 위해, 멋진 제2의 승선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키우고 나눌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신경섭시인 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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