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침대에서 자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입력 2014-11-04 07:59:38

자신의 타자됨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고 공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하여 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자기 검열이자 감시로서의 자기 단속이다. 자기 검열이란 아무도 명시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지만 스스로 위협을 피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상하지 않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의 표현을 스스로 검열하는 행위를 말한다.(엄기호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중에서)

최근 대구시교육청의 독서 정책에 대한 다른 지역의 문의나 방문이 제법 빈번해졌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교육감을 비롯한 자치단체장들이 바뀌면서 독서교육을 핵심 정책으로 내건 곳이 많아지기도 했고, 대구시교육청의 책쓰기 정책이나 어울토론 관련 정책이 교육부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전국 책쓰기 사업이나 인문소양교육지원 사업이 대구시교육청을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독서 정책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들어하던 대구독서교육지원단 선생님들에겐 몇 배의 부담으로 다가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5월 29일, 7월 23일, 10월 10일 등 3차에 걸쳐 대구 독서교육을 전국에 소개하는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주말마다 전국에서 책쓰기 연수회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워크숍이 끝난 뒤 어느 지역 선생님의 긴 메일을 받았습니다. 식어버린 독서교육에 대한 열정을 다시 일으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 대구 선생님들의 노력에 대한 놀라움에서 시작하여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공모로 들어오신 다음에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독서교육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생님들 모두에게 요구하신 모양입니다. 아침자습시간을 활용한 책 읽어주기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교장 선생님은 무척 만족해하셨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담임선생님들의 반발이 아주 심했다고 했습니다. '니가 혼자 다할 거냐' '왜 일을 만들어 우리를 힘들게 하느냐' '왜 튀냐'에서 시작하여 입에 담을 수 없는 인격적인 모욕을 듣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독서는 무슨 독서냐, 공부를 시켜야지' 하는 말에는 결국 입을 다물어야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독서 정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대구 선생님들이 부럽다고 했습니다.

그 선생님에 대한 안쓰러움보다는 갑자기 대구독서교육지원단 선생님들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대구 선생님들도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 말입니다. 답장을 간단하게 보냈습니다. '바닥에서 자면 침대에서 떨어질 염려는 없다'고. '하지만 그러면 영원히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한다'고.

그날 지원단 몇몇 선생님들에게 학교의 상황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대답이 절묘했습니다. '대구는 대한민국이 아니냐'고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어쩌면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보다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지원단 선생님들과 함께 있을 때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는 최소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여 있고, 그럼으로 인해 대립구도는 형성되지 않는다고. 학교에서는 스스로의 검열을 통해 드러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존재가 다른 존재로 인해 피해를 받는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학교의 현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교사가 현재에 충실하면 결국 아이들에게 그 현재의 풍경과 마음이 다가갈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질 텐데요. 물론 지금 이 말조차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일 때문에 힘든 것이야 그 일을 그만두면 되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사람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니 그만큼 견디기가 고통스러워집니다. 결국 그 일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일은 사람이 하니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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