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0일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재는 6대3의 의견으로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의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3대1까지 허용하던 것을 내년 12월 31일까지 2대1의 편차를 적용해서 다시 만들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국토 균형 발전의 중요성을 도외시한 결정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 근거는 현행 기준을 계속 적용하면 인구 1인당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 심하니, 투표 가치가 평등해지도록 선거구별 인구수 차이가 덜 나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표의 권한이 같아지도록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분명히 맞다. 하지만 적시와 적기가 있다. 지금처럼 수도권 초집중에 따른 지역 낙후가 심각한 국토 불균형발전을 초래한 시점에 단순한 인구비례별 지역구 재획정은 그 시기가 아니다.
1표의 권한이 동등해지도록 하려면 수도권과 지역의 정주 여건이나 미래비전이 비슷해지도록 하고 난 뒤에 도입하는 게 마땅하다. 현재 지방은 초집중적 수도권과 중앙 우선 개발논리 때문에 인구'기업'인재가 한꺼번에 유출되는 3중고를 겪고 있다. 그런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선거구 인구 편차를 2대1로 조정하라는 결정은 지방민들은 찍소리 하지 말고 살라는 족쇄나 다름없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과밀은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역별 투자재원의 차등적 배분'프랑스 남부권 지중해의 관광지대 개발 및 첨단산업도시 발전을 위한 제2공항(소피아 앙티폴리스) 건설 등과 같은 범정부 차원의 종합시책을 추진하여 국토의 균형 발전을 달성했다. 범정부적인 노력 없이 인구 비례로 선거구를 재조정하라는 기계적 판결은 지역민들에 대한 굴욕이다.
헌재는 이번 결정의 또 다른 근거로 지방자치의 성숙을 들고 있다. 헌재는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면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도 많이 희석됐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지방자치를 도입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단체장을 뽑고 시도의원을 뽑는 선거 자치만 진행됐지 실제 지방자치는 속 빈 강정이다. 지방분권과 지방재정의 자립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이 희석됐다니, 헌재는 수도권 공화국을 만들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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