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젊은 아내뿐만 아니라 노년의 황혼기 아내도 남편만큼은 자기를 어여삐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이 남편에게 서리서리 맺힌 서러움과 분노들을 쏟아놓는 것을 보면 하나같이 남편의 애틋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생긴 마음의 병이 크다.
'남편은 일평생 나를 사랑해 준 적도 없고 단 한 번도 인정스럽게 대해 주지도 않았어요.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한 번도 제대로 나를 여자로 대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남편을 어떻게 용서해요?"라는 말을 하며 울먹인다. 손주를 본 나이가 된 황혼의 아내 모습이지만 필자는 그 속에서 여전히 남편의 사랑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우주 삼라만상에는 모든 것의 생성과 소멸에 인과론(因果論)적인 원리가 있다. 부부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대개는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 아내도 그랬다.
등 돌린 남편 모습에서 언젠가 자기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압도당해 견디기 힘들면 차라리 '이혼장'이라는 절체절명의 선언을 해 버리는 것으로 불안을 처리하는 여인들이 있다. 그들의 이혼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분리를 선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심리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메아리 없는 남편의 사랑에 대한 보복행위이며, 정신을 차리고 자기를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어린아이 같은 미숙한 투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이런 아내들은 부부갈등의 모든 원인을 남편 탓으로만 돌리고 자기 모습을 보는 데는 미숙한 경향이 있다. 아내는 서러움에 울먹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편은 한 번도 나를 껴안아 준 적이 없어요. 게다가 몇 년째 잠자리를 청하지도 않고 있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입니다!" 이 말을 듣던 필자는 한참이고 그녀를 바라본다, 필자의 가족치료실 소파에 있던 포근한 곰돌이 인형을 가져다가 한참이나 안아보기를 권유했다. 그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그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이상하네요. 이 포근한 곰돌이 인형에게조차 정이 느껴지네요. 순하고 부드럽고 유약한 것 같아서 자꾸 안아주고 싶고 내려놓고 싶지 않네요…."
그날 필자가 그 부인에게 가르쳐준 것은 배우자에게 편안히 안기고 싶으면 고슴도치처럼 자기도 모르게 박혀있는 '그 가시를 빼라'는 메시지였다.
김미애(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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