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칼럼] 세계물포럼이 무엇인지 아는 게 먼저다

입력 2014-10-20 10:43:44

물 관련 행사들로 이번 한 주 대구경북이 바쁘다. 오늘부터 3일간 '낙동강 국제물주간'이 경북에서 열리고, 22일부터 24일까지는 대구엑스코에서 '대한민국 물 산업전'이 열린다. 내년 4월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 행사다.

2002년 월드컵,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의 초대형 스포츠행사는 대구와 경북을 세계무대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부품하기만 한 체육대회보다 '실속'은 더 있다는 국제적인 대형 컨벤션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WEC)를 개최한 데 이어 내년 4월에는 물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물포럼'(WWF)을 대구경북이 공동으로 연다. 2021년에는 대구에서 세계가스총회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세계에너지총회는 123개국 7천500여 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세계물포럼은 격이 다르다.'물 올림픽'으로 불리는 초특급 국제행사다. 3년마다 열린다. 참가자 숫자에서도 세계에너지총회의 다섯 배 가까이나 된다. 2012년 프랑스 마르세유 제6차 세계물포럼에 173개국 3만 4천여 명이 참가했고, 그 3년 전인 2009년 터키 이스탄불 제5차 대회 때는 192개국 3만 3천여 명이 참가했다. 내년 대구대회의 규모를 짐작게 한다.

참가자들의 무게감에서도 남다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차관급을 단장으로 세계물포럼 대표단을 보냈지만 2009년부터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격상시켰다. 대표단의 숫자도 10여 명에서 100명으로 늘렸다. 내년 손님들 역시 국가원수급들과 세계 물산업을 이끌고 있는 세계 굴지의 기업 CEO 등이 다수 포함된 VIP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세계물포럼조직위는 오늘부터 대구경북에서 물 관련 행사를 갖는 것이 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세계물포럼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물 올림픽이라면서, 국가원수급 등 VIP들이 참석하는 초특급 행사라면서, 정작 현장인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세계물포럼은 관심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정말 그렇다. 세계물포럼이 무엇인지, 누가 오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 행사인지에 대한 홍보는 실망스럽다. 행사 관계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관심도가 아직 낙제 수준이다.

아무리 좋은 행사라도 지방에서 열리면 서울 사람들은 무덤덤하고 무관심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물포럼조직위는 서울 중심이다. 현장의 이야기에는 소홀하기 마련이다. 조직위가 서울에 있으면 집행위나 실무위 정도는 현장에 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조직위가 맡고 있는 서울에서의 일도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데. 정권의 실세나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거물, 관련 대기업 CEO나 오너 등이 조직위를 이끌거나 '괜찮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달라질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6개월도 안 남았는데 무슨 소린가? 이제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다. 서울 탓만 할 수도 없고,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다. 서울 일은 서울에서 '제대로' 챙기라고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주문을 넣는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압력이라도 넣어야 한다. 그래서 일단 행사라도 그럴 듯하게 성공하고 봐야 한다.

일단 손님을 청했으니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역의 이미지를 잘 심는 등 행사 외적인 일이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알아주는 거물급들이라니 10배, 100배로 그 보답이 되돌아올지 모르지 않는가.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대형 국제행사가 열리기 전에는 항상 고용 효과, 예상 수익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얼마라는 홍보성 멘트가 난무한다. 세계물포럼도 그렇다. 그런데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난다는 '위로성'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럴 수는 없다.

높은 사람들 광만 내고, 행사 관계자와 공무원 몇 사람에게 훈포장만 주고 마는 그런 국제행사는 더 이상 곤란하다. 용을 쓴 만큼 확실한 과실을 따먹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먼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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