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덜컹거리는 도로 (상)

입력 2014-10-20 08:00:00

난데없이 푹 꺼진 도로…차체 충격받아 통제불능 '위험천만'

교통안전공단의 포트홀 실험결과, 아스팔트의 예리한 표면 때문에 타이어가 구멍 났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교통안전공단의 포트홀 실험결과, 아스팔트의 예리한 표면 때문에 타이어가 구멍 났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도 '도로 위 지뢰'로 불리는 포트홀과 싱크홀을 피해갈 수 없다. 아무리 두 눈 부릅뜨고 운전을 해도 바닥이 꺼지거나 구멍이 난 도로에선 속수무책이다. 물기로 말미암은 균열과 지반침하 등으로 생기는 이러한 위험요소들을 없애야 사고를 줄이고 더 안전한 도로를 만들 수 있다.

◆무서운 도로

운전자들은 도로 바닥이 떨어져 나가는 포트홀과 땅이 꺼져 구멍이 생기는 싱크홀 등으로 인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달 8일 오후 4시쯤 대구 동구 지묘동에서 북구 동변동을 잇는 동화천로(약 4.5㎞). 직접 차를 몰고 동화천을 따라 이어진 이 도로를 왕복했다. 강의 굴곡을 따라 곡선이 심한 도로(왕복 2차로) 바닥은 울퉁불퉁했다. 포탄을 맞은 듯 군데군데 10~50㎝ 지름의 포트홀이 발견됐다. 40~50㎞/h의 속도로 파인 곳을 지날 때 차 한쪽이 순간 푹 꺼지면서 '턱' 소리가 났다. 차가 좌'우로 파도를 타듯 뒤뚱거렸다. 보수작업이 이뤄진 바닥은 볼록하게 솟아 마치 높이가 제각각인 과속방지턱이 널려 있는 것 같았다.

동화천로는 출'퇴근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로다. 도로포장이 벗겨진 곳을 지날 땐 차들이 반대 차로를 넘어 피해 다니는 등 위험한 광경이 일상화됐다.

문제는 동화천로와 맞물려 있는 지역에 연경택지개발사업이 계획돼 있어서 전체적인 도로 보수가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택지 사업과 함께 도로를 확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는 파손된 부분만 부분 보수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주민이 도로에서 넘어져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8월 25일 오전 7시쯤 동구 효목동 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60대 여성이 넘어져 인도 보도블록에 머리를 부딪쳤다. 가족들은 "갈라진 아스팔트에 자전거가 걸린 뒤 균형을 잃어 넘어졌다"고 주장했고, 대구시는 "사고발생지점 인근 도로 바닥이 일부 파손된 것을 발견했으나,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구에선 최근 싱크홀이 잇따라 나타나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8월 18일 오전 10시쯤 중구 도시철도 2호선 신남역 5번 출구 인근 달구벌대로(왕복 10차로 중 성서방향 3, 4차로 부근)에서 깊이 1m, 지름 30㎝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대구시와 중구청의 정밀조사결과, 지하수나 빗물 등으로 인해 토양 사이에 생기는 '공극'(air gap)을 확인했다.

같은 달 26일 낮 12시 40분쯤 수성구 지산동 청수로(왕복 8차로)에서도 깊이 1m, 폭 30㎝의 싱크홀(내부 지름 2m)이 발견됐다. 수성구는 아스팔트 도로 1m 아래 하수구 관로가 손상된 것을 싱크홀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지난달 9일 오후 4시 50분쯤엔 달서구 월성동의 한 도로에서도 깊이 1m에 지름 30㎝의 싱크홀이 발견돼, 자갈로 지반침하 부분을 채우는 등 복구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늘어나는 '도로 파손'

포트홀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대구 지방도의 포트홀은 최근 5년 사이 3배가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 건수는 1만969건으로, 2009년 3천618건보다 7천351건이나 늘었고, 이는 201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포트홀(7천251건)보다 많은 수치다. 특히 2009~2010년, 2012~2013년 사이 각각 1천919건, 3천718건이나 늘어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포트홀 발생이 많아지면서 이를 보수하는 예산도 더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8천6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포트홀을 보수했다. 이는 이전 해인 2012년 3천200만원보다 2.7배나 많고, 2009년 600만원보다는 14배를 더 투입한 액수다.

덩달아 포트홀로 인한 사고와 배상금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사고 발생은 2009년에 한 건도 없다가 지난해는 20건까지 증가했다. 최근 5년(2009~2013년) 동안 포트홀 때문에 52건의 사고가 났고, 배상금으로 모두 4천640만원이 지급됐다. 특히 2012년 배상금이 2천33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포트홀의 가장 큰 원인은 도로 위 물기다. 이 때문에 눈과 비가 많이 내리는 1, 2월과 7월에 가장 많이 생긴다. 아스팔트에 스며든 물기는 기온에 따라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도로에 균열을 만든다. 그 위로 차가 오가면서 압력을 가하면 아스팔트가 부서지며 떨어져 나가고 결국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겨울철 제설작업에 쓰이는 염화칼슘이 비나 눈과 섞이면 소금물로 변하는데 이 역시 도로를 부식시켜 아스팔트의 깨짐 현상을 부추긴다.

이런 포트홀에 대해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7월 사고 위험성 실험을 벌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날카롭게 떨어져 나간 아스팔트에 타이어가 긁혀 구멍이 나거나 휠이 망가졌다. 특히 깊은 포트홀에 빠지면 차바퀴 스프링이나 충격 흡수장치가 손상돼 사고 위험성이 커졌다.

사고를 유발하는 도로 파손을 줄이려면 포장 공사 때부터 관리를 철저히 하고, 파손 후엔 사고 예방을 위한 사후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영우 대구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도로 공사 때 자갈 같은 골재가 한쪽으로 쏠려 차량 하중이 취약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자연현상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포트홀은 포장재료 개선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속대응반을 꾸려 발견 즉시 보수 작업을 벌여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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