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아프리카 역사/장 졸리 지음/이진홍'성일권 옮김/시대의 창 펴냄
인류 역사에서 아프리카는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근대 이후 역사가들은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아프리카를 무시했고, 오늘날 아프리카는 가장 미개한 땅이자 저개발의 상징이며, 질병창궐을 상징하는 대륙으로 전락했다.
'지도로 보는 아프리카 역사'는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방식으로 아프리카를 들여다봄으로써 인류의 현실과 역사를 본다. 어제와 오늘이라는 역사적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람의 대규모 이동 경로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인종의 이주 상황, 민족 구성의 뿌리를 추적한다.
50장의 시대별 컬러 지도는 최초의 인류가 종족 혹은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 세력을 넓히기 위해 영토를 확장해가는 과정, 탐험과 무역을 목적으로 대륙을 이동해가는 과정, 서구 열강의 식민지를 거쳐 독립하고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대별 역사를 3쪽에 걸쳐 압축 정리함으로써 아프리카 역사를 한눈에 전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3쪽을 지날 때마다 지도를 배치해놓았는데, 지도의 색깔과 화살표, 지도에 기입된 지명이나 국명 등을 읽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고대 문명 이전 신화의 세계가 되살아나고,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가 복원되고, 솔로몬과 시바 여왕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악숨 왕국이 잠에서 깨어난다.
원정과 진출, 무역, 대립, 가뭄 등을 통해 영토와 역사는 변했다. 책은 그 같은 거대한 흐름 외에도 그런 과정에서 발생했던 소소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집트 페피 2세(서기 전 2270∼2200) 때 하르쿠프라는 관리는 오늘날 수단 베르베르인 거주지 근처인 얌으로 적어도 3번의 원정을 떠났다.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하르쿠프는 아직 나이 어린 왕에게 (피그미족으로 추정되는) 난쟁이를 데려가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어리고 호기심 많은) 왕은 이렇게 답장을 썼다.
'그대는 궁정에 보낸 편지에서 이세시 왕 때 재정관인 우르바제데드가 푼트에서 데려온 자와 비슷한 작은 사람을 지평선 너머의 나라에서 데려온다고 했다. 일단 그 작은 사람이 배에 오르면 그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경험 많은 호위병을 그 옆에 꼭 배치하라. 그가 잠들면 반드시 그가 잠든 칸에 믿을 만한 보초를 세워, 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최소한 열 번은 확인하도록 하라. 그대의 군주는 푼트에서 올 그 모든 진기한 것보다 그 작은 사람이 더 보고 싶노라.'
사람의 대규모 이동과 지명의 변화 등을 담은 지도를 통해 이 책은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변화하고 발전해왔음을 보여준다. 부록에서는 각국이 독립하고 두 세대가 지난 지금 아프리카의 현주소를 정리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이고,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를 아프리카와 유럽의 과거 자산과 현재 상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지은이 장 졸리는 국제경제'외교정책 전문기자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통신원이다. 아프리카 관련 책을 여러 권 썼으며, 파리 인문지리학회에서 수여하는 르네 카이에 상을 받은 바 있다.
216쪽, 3만8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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