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만한 경영에 따른 부채 줄이기 자구 노력과 고연봉 비효율의 구조개혁 등 어떤 것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지난 2월, 정부는 공공기관 개선책 가운데 하나로 노사 단체협상 안에 고용세습을 포함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임직원 성과급 삭감, 기관장 해임 등을 건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부 공공기관은 직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없앴으나 아직 많은 기관이 노사단체협상을 이유로 이를 시행 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대 병원 등 35곳의 공공기관 단체협상에 전'현직 임직원 직계가족의 채용을 우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부 공공기관은 정부의 시책에 따르는 척하면서 편법을 동원했다. 농협중앙회는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회원조합 전'현직 간부의 자녀 221명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조합중앙회도 관계기관의 전'현직 임직원 자녀 21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직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비정규적으로 채용하고 나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문제에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의 책임도 있다. 지난 6월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공기관의 장이 직원 채용 때 전'현직 직원의 가족을 특별채용하거나 우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안은 아직 국회 소위에서도 논의하지 못해 표류 중이다.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공공기관 개혁 근거 법안은 정작 국회에서 잠자는 셈이다.
지난해 6월, 울산지법은 현대자동차의 단체협상에 포함된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직계 자녀 1인에 한해 채용 규정상 적합하고, 인사원칙에 따른 동일 조건에서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에 대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사기업도 이런데 공공기관에서 고용세습을 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고, 취업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공공기관은 스스로 개혁 의지도 없고, 개혁할 수도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처음 천명한 대로 성과급 삭감과 기관장 해임은 물론, 비합리적인 노조의 요구에 끌려다니는 기관에 대해서는 국민의 혈세인 지원금도 대폭 줄이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여론의 눈치나 보면서 반짝 시늉하는 정도로는 절대로 개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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