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타율 3할·10승 투수 3명 '완벽 투타'…박한이·박해민 조연 활약
삼성 라이온즈의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은 쉽게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현재 전력으로 봤을 때 경쟁자는 삼성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푸른 유니폼 안에는 통계로 드러나지 않은 '우승 DNA'까지 숨겨져 있다.
◆투타의 완벽한 조화
삼성이 올 시즌 내내 선두를 독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버팀목은 팀 타율 3할이 넘는 방망이였다. 1987년 자신의 선배들이 세운 대기록을 후배들이 다시 한 번 이뤘다. 허술해진 뒷문을 타격으로 막은 셈이다. 삼성은 올 시즌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최형우'박한이'채태인'박석민'나바로'이승엽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이승엽'최형우'나바로는 30홈런을 넘겼고, 박석민도 27홈런을 쳐냈다. 말 그대로 쉬어갈 만한 타순이 없었다.
지난 3년간 '지키는 야구'를 했던 삼성은 올해 '뒤집는 야구'로 변신했다.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9승33패(승률 0.214)를 기록한 것으로 증명된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팀의 7회까지 뒤진 경기 합산 성적은 14일 현재 43승4무418패로 승률 0.093에 그친다. 삼성은 경기 전체 역전승도 35승으로 가장 많았다.
마라톤에 비유되는 정규시즌에서는 마운드가 좋은 팀이 유리하다. 삼성은 올 시즌 선발진이 53승을 합작,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발승을 거뒀다. 10승 투수도 밴덴헐크'윤성환'장원삼 등 3명으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배영수'마틴까지 선발투수 5명은 모두 100이닝 넘게 소화했다. 다만 임창용이 때때로 흔들리면서 2012년 5개에 불과했던 블론세이브가 17개로 늘어난 것이 옥에 티다. 10월 들어 불펜진이 난조를 거듭하기는 했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2위(4.50)를 유지했다.
◆주'조연 구분 없는 팀플레이
삼성은 '국민타자' 이승엽을 제외하면 스타 플레이어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팀플레이에 강했기 때문이다.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이 한쪽에서 풀리지 않으면 다른 쪽에서 해결책이 나왔다. 대표적인 선수가 '소리없이 강한 남자' 박한이다. 2001년 데뷔 이후 최고의 타격감을 뽐내는 그는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삼성은 올해 성장 가능성이 큰 신인들도 다수 배출했다. 시즌 초반 진갑용'이지영의 공백을 메워준 포수 이흥련과 중견수 박해민이다. 또 후반기에는 우완 투수 김현우도 폭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고, 박찬도'김재현 등 어린 선수들도 1군 무대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물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의 덕도 많이 봤다. 입단 2년 만에 에이스로 거듭난 밴덴헐크와 '홈런 치는 1번 타자' 나바로, 최근 안정된 피칭을 선보이는 우완투수 마틴은 삼성 역사상 최고의 '용병'들로 꼽힌다. 삼성에서 2000년대 들어 용병이 중도 교체되지 않은 경우는 2000년, 2006년, 2012년뿐이었다.
여기에다 베테랑의 위엄을 보여준 이승엽의 재기는 팀의 구심점이 됐다. 6번 타자로서 역대 최고령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이승엽의 '부활'로 일부에서는 '삼성 타순은 사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신인인 박해민은 "이승엽 같은 대선배들과 1군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게 많다. 이런 팀에서 신인 시절을 보내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초일류' 지향하는 시스템 야구
삼성은 최근 수년간 외부 대형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내부 육성에 힘썼다. 클린업 트리오인 채태인'최형우'박석민은 모두 자체적으로 키워낸 선수들이다. 투수진에서도 장원삼을 제외하면 배영수'윤성환'안지만'차우찬 등 대부분이 경산볼파크에서 프로야구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온 삼성의 '시스템 야구'가 꽃을 피운 것이다.
삼성은 올해 경산볼파크 내에 'BB 아크'(Baseball Building Ark)를 설립했다. 김인 삼성 사장은 "아크(Ark'노아의 방주)라는 용어를 쓴 것은 새로운 역사의 창조이자 시작을 연다는 의미"라며 "선수 개개인의 단순한 기량 향상이 아니라 인성까지 갖춘 맞춤형 훈련과 시스템적 관리 운영을 핵심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밴덴헐크로, 같은 장신의 우완 정통파 출신인 카도쿠라 겐 투수 담당 운영위원의 지도가 주효했다.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코치진도 기틀을 잡는 데 공로가 컸다. 삼성이 팀 구단 사상 처음으로 '도루왕' 김상수를 키워내고, 팀 도루 1위에 오른 것도 김평호 주루 코치의 영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류중일 감독은 아시안게임 휴식기에도 트레이닝 코치들을 삼성 농구'배구단에 파견해 트레이닝 시스템을 파악하게 할 정도로 욕심이 많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상호 존중과 소통 역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삼성은 다른 구단에 비해 프런트 인력이 적은 편이지만 잡음이 없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9월 음주운전 사고를 낸 외야수 정형식에 대해 강경하고도 발 빠르게 임의탈퇴 공시를 내린 일도 팬들의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됐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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