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이주(대구 달서구 성지로)
올해 2월, 각자 다른 직장에서 1년간 위탁교육생으로 함께 공부하게 된 50명의 우리들은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우일신'의 뜻으로 '우신'이란 예명을 만들었고, 4팀으로 나누어 팀별 연구주제를 하나씩 선정하였으며 수업과 병행하여 연구한 결과를 졸업 때 발표하게 되었다. 우리 팀은 2015 제7차 세계 물포럼 대구 개최와 물의 가치 재발견을 위해 '대구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복개하천 복원방안'이란 주제로 연구하며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답사하기로 하였다. 몇 달간 서로 다른 복원 방안과 생각을 다투면서도 먼 유럽 물의 도시를 간다는 것에는 답사에 따른 여행의 설렘과 기대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여행은 모든 세대에서 자기 세대에 있는 감성으로 보고 느끼며 떠나기 전에는 한없이 기대에 부풀었다. 막상 여행을 다닐 때는 고달파하면서 끝날 땐 아쉬워한다. 가을에 떠나는 여행은 가볍게 그냥 가는 게 제격이라는데 우리의 우신들은 가을이면 왠지 울적한 맘에 빠지기도 하는 중년 남성이 많아서인지 조금은 무거워질 때도 있었고, 풋풋한 소년 같은 분위기도 있었으며 세상에서 가장 즐겁게 소리 내어 깔깔 웃는 성혜 씨나 인정 많은 현주 씨, 밝은 미소가 멋진 윤덕 씨, 쾌활한 명화 씨가 있어 잘 굴러갔다.
이 시대의 중년들은 어릴 때부터 양육강식의 서열화가 살아있는 사회 속에서 가끔은 구겨지고 비굴해질 때도 있으며 마음 한구석엔 10대의 첫사랑도 떠올리고 불의에는 달려드는 넓은 오지랖도 가지고 있다.
유럽 방문 첫날 이른 새벽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갈 때, 아침나절 산과 들은 산뜻하고 높은 가을 하늘이었다. 11시간의 비행을 하면서 '여행은 가슴 떨리는 설렘이 있을 땐 즐겁지만 다리가 떨릴 땐 때늦은 감이 있다'는 말을 공감하는 하루였으나,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베네치아로 갈 때는 처음 보는 이국의 세계에 감탄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베네치아는 100여 개가 넘는 작은 섬들이었으나 매립하여 만든 인공 섬으로 수많은 다리로 연결하였고 수심이 0.9m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크루즈 배는 출입항로를 별도로 만든 수로로 운행된다고 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라는 바다 한가운데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으로, 365일 24시간 물과 함께 찬란한 태양과 살랑대는 잔잔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연이 주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관광수입이 주세입인 도시 베네치아.
그러나 누구나 보지 않으려는 뒷면도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하수 처리다. 식수는 육지에서 상수관으로 이송되지만 하수는 처리 방법이 난감하다. 오수와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하여 육지로 이송 처리하지만 밀물 때는 육지가 1.0m 정도 잠기기 때문에 썰물 때 바다로 흘러 생활하수는 바다에서 자연처리되는 것이다. 바다의 정화력이 아무리 크다고 하나 수상택시가 운행되는 도시 내 수로는 탁하고, 냄새도 났지만 세계 어느 나라의 환경단체도 시비를 걸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21세기 물의 소중함을 느끼며 재생가능한 물 산업을 꿈꾼다면 깊이 연구할 부분이며 대구의 세계 물 포럼도 물산업과 관광 등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베네치아 답사 후 로마의 중세도시를 보며 스위스를 거쳐 귀국할 때는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창공의 몽실몽실 떠다니는 구름에 긴 여정의 행복한 노곤함을 묻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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