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값에 인터넷 '꽃 정기 배달 서비스' 등장
우리는 특별한 날에만 꽃을 소비한다. 스승의 날, 어버이날, 졸업식, 결혼기념일 등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할 때 주로 꽃을 선물한다. '꽃은 사치'라는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은 감성에 투자하는 일이다. 커피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왔듯 젊은 층을 중심으로 최근 꽃을 소비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내 공간과 나를 위해 평소에 꽃을 사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잡지나 신문처럼 합리적인 가격에 '꽃 정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꽃도 잡지처럼 정기 구독(?)한다?
요즘 페이스북(facebook)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꽃집이 있다. 올해 4월 문을 연 작은 꽃집인 '꾸까'(Kukka)는 '좋아요'를 눌러 페이지를 구독하는 사람만 4만6천여 명에 이른다. 이 업체가 눈에 띄는 이유는 저렴한 꽃 가격과 인터넷 꽃 정기 배달 서비스 때문이다. 꾸까는 2만5천원도 안 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국 어디에나 꽃 배달을 하고, 격주, 2개월, 6개월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꽃을 받아볼 수 있는 재밌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아이디어는 박춘화(31)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대형 화장품 업체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남성인 그는 꾸까를 창업하기 전 매월 추천받은 화장품을 다섯 개씩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글로시박스'와 관련된 사업을 했다. 그는 플로리스트는 아니지만 화장품을 잡지처럼 받아보는 서비스를 꽃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외국에는 꽃을 쉽게 볼 수 있고, 꼭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가볍게 꽃을 사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문화가 거의 없어 아쉬웠다"며 "기존의 꽃집보다 다양하고 저렴한 꽃을 판매해 사람들의 일상에 꽃을 초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정기 배달 서비스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매달 확실한 수요가 잡혀 있으니 싼 가격에 신선한 꽃을 화훼 농가에서 공급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정해진 날짜에 플로리스트가 기획한 똑같은 꽃을 전국에 있는 고객에게 발송한다. 특별한 날에만 꽃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을 위해 꽃을 배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꾸까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박 대표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선물하거나 집이나 사무실 등 자기를 위해 꽃을 사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아 작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 많은 분이 꽃을 더 가깝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예쁘고 다양한 꽃을 선보이며 우리나라 꽃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꽃 소비, 유럽 대비 걸음마 단계
유럽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꽃을 살 수 있다. 영국도 독일도 꽃집을 찾는 것은 커피숍을 찾는 것보다 쉽다.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한 코너엔 꽃이 있다. 매년 영국을 찾는다는 이영주 플로리스트는 "우리나라는 20, 30대 특정 층만 꽃을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꽃꽂이를 배우는 것을 '신부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영국은 정원을 가꾸고, 꽃을 구매하는 것을 전 연령층이 요리를 배우는 것처럼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을 사는데 인색한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펴낸 '2013 화훼재배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꽃 소비 금액은 1만4천452원으로 2012년 1만4천835원에 비해 2.5% 하락했다. 2005년(2만870원)부터 꾸준히 감소해 최근 12년 사이에 1만5천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우리나라 꽃 소비 금액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 드러난다. 노르웨이는 1인당 연간 꽃 소비액이 149달러, 스위스는 140달러 수준으로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꽃을 전문적으로 배운 '플로리스트'들이 우리나라의 꽃 문화 바꾸기에 기여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꽃을 공부한 김종희(59) 플로리스트는 "예전에 꽃다발이라고 하면 '장미와 안개꽃'만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꽃을 학문으로 공부하고, 외국에서 식견을 넓힌 젊은 플로리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다양한 꽃꽂이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선을 중시하는 동양 꽃꽂이의 깊이와 서구적인 스타일을 잘 접목한다면 한국의 꽃 디자인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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