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여섯
임술랑(1959~ )
애들은 자라서 객지로 나가고
당신과 나
둘만 사는 집이라
숟가락 두 개, 젓가락 두 매
이렇게 수저통에 넣어두면 되는데
그래도 섭섭하여
애들 셋과 사위 하나를 보태서
숟가락 넷과 젓가락 네 매를 더
수저통에 곶아 두었다
어제는 큰딸과 사위가 왔는데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저녁도 먹고 늦게까지 있다가 잤다
아침에 설거지를 하면서 보니
설거지통에 숟가락 여섯이 다 담겨 있었다
딸과 사위 왔다고
이것저것 음식을 장만하고 먹으면서
그 여섯 숟가락이 다 쓰였던 것이다
큰딸 내외만 왔었는데
실은 우리집 여섯 식구가 다 와서
분주히 지냈던 것 같았다
-시집『있을 뿐이다』, 붓프레스, 2014.
숟가락은 식구를 상징한다. 실은 두 식구만 사는 집이다. 그런데 숟가락이 여섯이다. 자식들은 자라서 출가하거나 집을 떠나 객지에 살고 있지만 부모는 마음으로 자식들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광균의 1946년 작 「은수저」는 저녁 밥상에 죽은 아이의 은수저를 얹어놓고 눈물짓는 장면이 있다.
우리의 가족제도는 대가족 제도였으나 지금은 핵가족 시대로 바뀌었다. 가족문화는 핵가족 시대로 바뀌었지만 우리의 핏줄 속에는 대가족제도의 문화가 면면히 남아 있다. 자식을 모두 객지로 보낸 이 시대의 부모의 초상이다. 없는 식구까지 아우르는 부모의 마음이 깊고 따스하다.
권서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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