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노인복지관 재능기부 하장수 씨

입력 2014-10-15 10:16:43

37년 교편 경험, 한글·한문 등 강의

'戶外 有二구(신발 구), 言聞則入 言不聞則不入'.(호외 유이구 언문즉입, 언불문즉불입: 문밖에 신발이 두 짝 있거든, 말소리가 들리면 들어가고 말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들어가지 마라)

14일 오후 1시 대구 검단동 대불노인복지관 2층 한문교실반. 머리가 희끗한 노익장 선생이 칠판에 소학에 나오는 한자 구절을 적어놓고 한참 설명 중이다. 선생은 한문 한 자 한 자 뜻풀이를 하면서 중요 구절은 분필로 밑줄을 긋기도 했다. 선생은 양반이 갖춰야 할 예의와 인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르신 수강생들은 노트에 한자를 옮겨 적어가며 선생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선생이 유머를 곁들인 명쾌한 설명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한바탕 웃기도 했다. 강의는 2시간 정도 하고 나서야 선생이 분필을 놓았다. 이날 강의를 하는 주인공은 하장수(78) 선생이다. 중등학교에서 37년간 교편을 잡다 명예퇴직한 하 씨는 어르신들에게 한글, 한문을 가르치는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15년째 이어오고 있다. 대불노인복지관 한문반은 매주 화'목요일 교육이 있다. 수강생은 교장, 공직자 출신 등 40여 명이다. 하 씨는 이곳에 2004년부터 재능기부에 나서 추구집, 명심보감 강의를 마쳤고 지금은 3년 넘게 소학을 가르치고 있다. 하 씨는 소학 강의가 끝나면 시조강의와 중국어 간자체 교육도 이어갈 예정이다.

"'安心是藥更無方(안심시약갱무방: 마음 편한 이것이 약이지 다른 처방은 없다)이란 말을 가장 좋아해요. 사람은 죄를 짓고는 오래 살지 못해요. 정직하게 살면서 재능기부를 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입니다."

그는 조부가 한학자인 집안에서 자랐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한자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한문, 국어, 한의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경북대, 계명대, 대구한의대 대학원을 다녔다. 이런 그는 대구향교 장의를 15년간 지내기도 했다. 또 이호우 시조연구 논문과 명문가구 성어 1'2집, 추구집, 사자소학 등의 저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1999년에 창립한 퇴직교원자원봉사단 창단 멤버이고 2002년에 발대한 대구금빛평생교육봉사단 멤버다. 아직도 두 단체 봉사단원인 그는 2008년부터 운경재단 곽병원 부설 어르신마을복지센터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명심보감, 시사고전 교육봉사를 해오고 있다. 또 반야월 연꽃마을, 안심종합복지관 등지에서 한글 문맹자 교육, 교통지도, 예절 및 인성지도, 청소년 선도 캠페인 등 활동도 하고 있다. 대구 북구 대한교육문화센터에서도 어르신 한글지도를 하고 있다. 특히 새 학교 문화창조를 위한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 운동'을 펼쳐 전국으로 확산시키기도 했다.

그는 사진작가, 시조시인으로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대구시지부 회원이다. 또 검단동민가, 고향마을, 석불 등 향토 노래를 작사하기도 했다. 지난 9월 교육봉사로 대구 북구 구민상을 받은 그는 국민훈장 목련장, 보화원 선행상 보화장, 교육부장관 표창 등을 받기도 했다.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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