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산책] 편견

입력 2014-10-15 07:02:23

5년쯤 되었겠다. 지인으로부터 한 사람의 취업을 부탁받았다. 장애인이라고 했다. 만나보니 한쪽 팔이 불편했고, 다리도 조금 절었다. "운전을 할 줄 아느냐?" 물으니 "승용차는 몰 줄 안다"고 했다. 다짜고짜 5t 트럭을 맡기기로 했다. 해보지도 않고 겁부터 냈다. 사고 나면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부딪혀 보라고 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시작한 운전 일, 그는 이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베테랑 기사가 되었다.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동료 기사와 잘 어울리지 못했고 융통성도 없었다. 길을 잘 찾지 못했으며 납품 업무를 배우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일반인과 다르게 사회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딱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러한 것들은 그가 장애인으로서 그간 얼마나 소외된 삶을 살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사회인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를 채용했을 때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반대했다. 명색이 대기업 공장에 납품하는 일인데, 장애인이라니 이미지 문제도 있고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입 들어간 회사에서도 탐탁잖게 여겼다. 그렇지만 1주일, 2주일이 지나자 모두들 그를 동료로, 납품 기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색하고 서먹하던 것도 익숙해지면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게 그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현재 그는 기사들 중 크고 작은 사고 하나 안 낸 유일한 무사고 기사이다. 고지식하다고 타박을 받곤 했지만 원칙을 지키며 운전을 한 덕택이다. 내가 기사들께 늘 강조하는 말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잘 못한다'는 소리나 듣지 말아달라"이다. 서둘지 말라는 뜻이다. 운전에서 최고의 미덕은 바로 무사고이다. 덤벙대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그는 답답하리만큼 지킬 건 다 지킨다. 남들 눈엔 한없이 굼떠 무능해 보이지만, 실은 사고를 내지 않는 가장 유능한 기사인 것이다.

예전에는 장애인을 '장애자'라고 했다가 요즘은 '장애우'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호칭이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보호하기보다는 삶의 현장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고 보면 그들도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어떤 면에서는 비장애인보다 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장애인이 그렇고 그렇지 뭐' 하는 편견을 버리고 자생력을 길러줄 때 사회적 비용 절감은 물론 그들의 삶의 질도 한층 더 나아질 것이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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