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뇌병변 앓는 네살배기 키우는 이수정 씨

입력 2014-10-15 07:02:51

"사랑에 목마른 딸에게 기적이 일어났으면…"

겨우 7, 8개월 정도 아기의 몸을 가진 정은비 양의 나이는 4살이다. 태어난 지 40개월이 넘었지만 은비의 몸무게는 8㎏. 머리에 물이 차는 수두증과 함께 뇌가 지나치게 작은 소두증을 앓으며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몸이 자라지 못한 것이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겨우 7, 8개월 정도 아기의 몸을 가진 정은비 양의 나이는 4살이다. 태어난 지 40개월이 넘었지만 은비의 몸무게는 8㎏. 머리에 물이 차는 수두증과 함께 뇌가 지나치게 작은 소두증을 앓으며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몸이 자라지 못한 것이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엄마 혼자 키워서 다른 아이들보다 사랑에 목마른 우리 은비, 제발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겨우 7, 8개월 정도 아기의 몸을 가진 정은비 양의 나이는 4살이다. 태어난 지 40개월이 넘었지만 은비의 몸무게는 8㎏. 머리에 물이 차는 수두증과 함께 뇌가 지나치게 작은 소두증을 앓으며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몸이 자라지 못한 것이다.

은비에게는 홀로 딸을 돌보는 엄마 이수정(가명'35) 씨가 있다. 엄마는 24시간 은비 옆을 지키고 있지만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없이 병을 견뎌내야 하는 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병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다른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데 우리 은비는 그런 사랑을 못 받고 자라 마음이 아프죠. 재활병원이라도 열심히 데려가고 싶은데 이젠 돈 걱정 때문에 막막해요."

◆머리에 물이 차는 은비를 홀로 지켜낸 엄마

엄마는 임신 7개월 때 은비에게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병원에서 심장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고 얼마 뒤 은비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1.8㎏의 작디 작은 아기였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게 된 은비는 생후 1개월째 심장 수술까지 받게 됐다. 심장에 연결된 혈관이 좁아지는 대동맥 협착 때문에 작은 몸으로 5시간의 대수술을 견뎌야 했다. 엄마는 그저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5시간 수술을 하는 동안 눈물을 흘리며 기도만 했죠. 제발 우리 아기를 살려달라고요."

심장 수술로 한고비를 넘긴 은비는 다시 100일이 채 되지 않아 수술을 해야 했다. 이번에는 뇌에 물이 차는 '수두증' 때문이었다. 수두증으로 인해 은비는 뇌압이 올라갔고, 먹기만 하면 토하고 계속해서 울었다. 수두증 수술 후에도 은비의 증상은 쉽사리 좋아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먹지 못하고 울어대는 통에 엄마는 우울증을 앓기까지 했다. "아기가 먹지 못하는 것만큼 마음이 아픈 것도 없죠. 거기다 24시간을 울어대니 정말 죽을 지경이었어요."

아픈 은비는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엄마를 힘들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은비를 외면하는 가족들이었다.

아빠는 은비가 고비를 넘길 때마다 병원에 없었다. 아빠는 잦은 음주와 외박, 도박에 빠져 있었고,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지만 엄마가 가장 속상한 건 은비를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의 친정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은비를 포기하라고 강요했고, 끝까지 은비를 지키려는 엄마와 친정 식구들은 서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엄마는 아빠와 이혼하고 홀로 은비를 돌보기 시작했다.

"은비를 돌보는 것 자체보다는 힘들 때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게 슬펐어요. 큰 수술을 앞두고 너무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은비 아빠에게 연락했지만 그때도 외면했어요."

◆기적을 바라면서 버티는 엄마와 은비

은비는 첫 수두증 수술 이후 3번의 수술을 더 했다. 엄마에게도 은비에게도 고통의 시간이었다. 뇌에 차는 물을 빼내는 튜브를 몸에 심는 수두증 수술은 경과가 좋지 못하면 재수술을 반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은비의 경우 앞선 3번의 수술 이후에도 계속해서 뇌압이 올라가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지난 8월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수술 경과가 좋아 예전보다 음식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은비를 보며 엄마는 한숨을 돌렸다. "지금도 먹이는 게 쉽지 않지만 먹고 계속 토하던 때를 생각하면 살 만하죠. 지금처럼 먹기만 해주면 얼마나 좋을지…."

엄마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술과 병원 생활을 반복하며 작지만 모아뒀던 돈을 모두 써버렸고, 여기저기 돈을 빌려 부채마저 지게 됐다.

은비와 엄마의 한 달 수익은 고작 20만원. 은비가 뇌병변 1급 장애 진단을 받으면서 나오는 돈이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 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고 자격은 받아들여졌지만 수급비는 나오지 않았다. 아빠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연락도 닿지 않는 은비 아빠가 돈을 번다는 이유로 수급비조차 받지 못한다는 게 너무 서러워요. 양육비는커녕 아이가 죽을 고비에도 찾아와보지 않는 사람인데…."

요즘 은비는 일주일에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음식을 씹어 삼키지 못하는 은비를 위해 섭식운동부터 물리치료, 전기치료 등으로 하루 일정이 꽉 차 있다. 수술 이후 뇌에 차있던 물이 빠지면서 은비의 눈빛이 예전보다 또렷해지고, 재활치료를 받으며 딱딱하게 굳어 있던 손발이 펴졌다. "힘든 일을 이겨내 준 은비가 고마울 뿐이죠."

엄마는 은비를 지켜보며 기적을 바란다. 적어도 밥을 떠먹여 주면 스스로 씹어 삼킬 수 있고 엄마와 눈을 맞추며 웃어줄 정도의 기적이다.

"최선을 다해서 은비를 돌보고 싶은데 사실 경제적인 부담도 크고 세상에 우리 둘뿐이라는 서러움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그래도 은비가 없었으면 나도 못 버텼을 거예요. 앞으로 더 잘 돌봐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미안해요."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