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생선가게에서 나를 찾아라

입력 2014-10-14 07:52:13

바퀴 자국 속의 붕어가 말했다. "한 되의 물만 주시면 제가 살 수 있습니다." 장주가 대답했다. "왕들을 설득해 큰 강물을 끌어오겠습니다." 붕어가 화를 냈다. "그러실 바에야 일찌감치 생선 가게에서 나를 찾는 게 나을 것입니다."(장자의 잡편외물(雜篇外物) 중에서)

최근 교육에서 행복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행복교육은 현재 우리 교육의 핵심 목표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와 비교하면 분명 우리들의 외면은 아주 풍요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루어진 물질적인 성과에도 OECD가 발표한 '행복한 삶 지수'는 점점 하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행복한 삶 지수'는 2012년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였고 2013년에는 33위로 더 하락했습니다. 해마다 풍요로워지는데 왜 우린 행복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지금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장자는 집안이 매우 가난해 어느 날 쌀을 꾸러 감하후(監河侯)에게 갔습니다. 그러나 감하후는 장자가 언제 갚을지 몰라 거절하려고 방법을 찾다가 며칠 후에 세금이 걷히면 3백 금을 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장자는 화를 벌컥 내면서 이런 비유를 들었습니다.

"어제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 속에 붕어가 있었소. 붕어는 다급한 목소리로 '나는 동해의 파신(波臣: 물고기)인데 어떻게 한두 바가지 물로 나를 살려 줄 수 없겠느냐'고 했는데 내가 '오나라와 월나라에 가는 중이니 서강의 물을 여기까지 길어다 살려 주겠다'고 했소. 그러자 붕어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겨우 한두 바가지 물이거늘 당신은 이렇게 말하는군요. 그렇다면 나를 건어물 파는 곳에서 찾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감하후는 아무 변명도 못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철부지급이라는 고사성어의 내용입니다. 지금 진정 필요한 것은 한두 바가지의 물일 따름이고, 그것이 없으면 바로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데 긴 시간을 들여 강물을 끌어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국 장자의 말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시의적절하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우리 삶에는 '내일 거기'의 행복을 위해 '오늘 여기'가 부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교육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합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고만 아이들을 닦달하기보다 현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 진정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행복을 경험한 사람이 미래에도 행복을 즐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얼마 전 아침에 출근하다가 사무실 앞 정원에서 네 잎 클로버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무척 기뻤습니다. 어쩌면 큰 행운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기대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실제로 나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네 잎 클로버를 우연히 발견했다는 행운 이외에는 말입니다. 물론 그 기대 덕분에 하루가 기다림의 즐거움으로 채워진 건 사실입니다.

다음 날 네 잎 클로버를 땄던 그 자리에 다시 가보았습니다. 그 주변에는 그때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세 잎 클로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네 잎 클로버에 마음을 쏟은 나머지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세 잎 클로버를 보지 못한 것이지요.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 삶이 혹시 그러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소유하기 어려운 행운을 찾기 위해 노심초사하다가 주변에 흔하게 널린 행복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여기를 참고 견디면 미래에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먼저 행복하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장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지도 모릅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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