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릴 수 없다구요?
직장인 박모(32) 씨는 거울을 볼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즘 부쩍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데다 가르마 부위도 전보다 넓어졌기 때문이다. 탈모를 예방한다는 샴푸도 써보고 비싼 돈을 들여 두피관리실도 다녀봤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했다. 특히 윗머리와 정수리 부근이 옅어지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일조차 꺼리고 있다. 박 씨는 "헤어스타일로 겨우 가리곤 있지만 이달 말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풍성하고 윤기 있는 모발은 아름답고 건강한 여성의 상징이다. 헤어스타일에 민감한 여성들이 탈모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여성형 탈모는 원인이 다양하고 특별한 검사법이 없어 치료가 쉽지 않다.
◆훤해지는 정수리 어쩌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중 5.6%가 탈모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이상이 되면 24.7%에서 탈모증이 발견된다.
여성형 탈모는 주로 윗머리와 정수리 부위에서 탈모가 진행된다.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줄면서 가르마가 넓어지고 머릿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이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모발이 한꺼번에 빠지지는 않기 때문에 탈모가 진행되는 줄 모르다가 머릿속이 보이기 시작한 후에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다만 남성형 탈모증과 달리 머리 앞쪽 헤어라인이 비교적 잘 유지되며 이마가 완전히 벗겨지거나 완전한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에서 가장 흔한 탈모는 출산 후 탈모다. 출산 후 3개월 후부터 6개월까지 나타나는 탈모로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회복되지만 스트레스나 영양부족이 겹치면 탈모가 굳어질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과도한 다이어트나 직장 내에서의 심한 스트레스도 탈모의 원인이 된다. 유전적인 여성형 탈모는 흔히 25~30세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모발이 가늘고 짧아지면서 가르마 부위가 엷어진다.
일반적으로 여성형 탈모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는 폐경기 전후에 나타난다. 진행 속도는 남성보다 느리지만 임신과 출산, 폐경 등의 호르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드름이나 비만, 월경불순 등과 함께 탈모가 나타날 경우 난소의 이상으로 인해 남성호르몬이 증가했을 수 있어 산부인과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성형 탈모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여성형 탈모증을 진단할 특이한 병리조직 소견이나 혈청학적 검사법도 없다. 다만 남성 호르몬의 증가와 모발을 자라게 하는 여성호르몬의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모발의 수를 늘리는 작용을 하는데 출산 또는 폐경 시 평소 유지되었던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낮아지면서 모발이 많이 빠지게 된다. 호르몬 이외에도 과도한 스트레스나 다이어트와 같은 영양 결핍, 파마, 염색, 자외선 노출에 의한 모낭의 손상, 그리고 머리를 세게 묶는 습관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직장생활이나 가정, 육아 스트레스와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 철분결핍,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 난소질환 등 매우 다양한 질환도 탈모로 나타날 수 있다.
◆바르는 약이나 모발 이식
일반인의 평균 머리카락 개수는 10만여 개다. 정상적인 경우 머리카락은 하루에 50~80개 정도 빠진다. 그러나 자고 난 뒤에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이 100개가 넘는다면 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 탈모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여성형 탈모의 경우 남성 탈모증 환자에게 주로 쓰는 프로페시아 약제는 효과가 없다. 여성형 탈모의 치료는 주로 바르는 약제인 미녹시딜 제제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2~5%의 약물을 매일 꾸준히 사용하면 4개월 이후부터 효과를 볼 수 있다. 남성호르몬 과다로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는 먹는 약을 먹는다. 여성형 탈모는 중도에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되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뒷머리의 모발이 적당한 밀도를 유지하고 있으면 모발이식을 하는 것도 치료 방법이다. 여성의 모발이식은 훤하게 보이는 가르마 타는 부위나 정수리 부위에 집중적으로 심게 된다. 뒷머리 모발의 양이나 밀도와 환자의 나이에 맞춰 수술을 해야 하며 수술 후에는 모발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금연, 금주해야 한다. 담배는 혈관을 수축시키고 세포조직으로 이동하는 산소의 이동을 막아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지나친 음주도 상처 회복과 염증을 유발해 모낭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방해한다.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머리를 감지 않으면 오히려 탈모가 빨라질 수 있다. 먼지나 피지, 땀이 모공을 막고 있으면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두피를 자극하는 파마나 염색 등도 가급적 피한다.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문규 교수는 "여성형 탈모는 그 중요성에 비하여 아직도 거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확실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민간요법이나 두피케어 등 수많은 유사 치료법이 판을 치고 있다"면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미미한 유사 치료법에 속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문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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