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70주년, 최고 유통기업 향한 도전
대구백화점(대표이사 구정모)이 올해 창업 70주년을 맞았다. 지방에 본사를 둔 백화점들이 모두 사라진 현재 유일하게 고유의 지역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70년 동안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현재 직영사원 400여 명에 협력업체 직원 3천500명이 근무하는 지역 최고의 유통업체다. 1995년 대백프라자가 문을 열면서 현재 동성로 본점과 프라자점을 양 날개로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대형 백화점들이 속속 대구에 둥지를 틀면서 예전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대백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창립 100주년을 넘어 최고의 지역 백화점으로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통 질서 확립에 기여
대구백화점은 창업주인 고(故) 구본흥 회장이 1944년 1월 대구 삼덕동에 있었던 66㎡(20여 평) 규모의 대구상회를 인수한 것이 모태가 됐다. 대구상회를 운영한 지 불과 1년 만에 점포 인수 가격의 절반 이상 이익을 내는 등 신용과 친절로 주변의 신망을 얻으면서 현재의 대구백화점 본점이 위치한 유복상회를 인수했다.
1962년 3월 합자회사 대구백화점이 설립되고 1969년 12월 26일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현대식 10층 백화점을 현재 위치에 지었다. 이를 계기로 대구 북성로, 교동, 종로골목 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도심 상권이 동성로로 쏠리게 됐고, 유동인구도 급속히 늘었다.
대구백화점은 창업 때부터 정찰제 판매를 시도하며 유통 질서 확립에 기여했다. 전통시장의 에누리와 바가지 문화가 팽배하던 시절 정찰제 정착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3년 4월 경북에서 제1호로 '정찰제 시범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정부가 유통 근대화 정책으로 추진한 정부 지정 슈퍼체인사업에도 동참해 유통의 현대화에 기여했다.
이 같은 공로로 1984년 구본흥 회장은 유통업계 최초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979년 지방업체 중 최초로 신용판매제도를 도입했고, 1988년 기업공개를 시행했다. 기업공개 후 매출이 급격히 늘어 한국능률협회가 1990년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선정한 100대 우량기업에 전국 유통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구백화점이 84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동인구 하루 30만 명
대구백화점 본점은 하루 30만 명의 유동인구를 지닌 지역 최고의 중심상권인 동성로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 24개 시내버스 노선이 연결돼 대중교통의 접근이 쉬운 덕분에 젊은 고객부터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고 있다. 주변에 영화관, 외식업체, 로드숍 등이 밀집돼 있고, 쇼핑과 함께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는 것도 본점의 경쟁력이다.
이 같은 주변 상권을 겨냥해 대구백화점은 리모델링을 비롯해 쇼핑 환경 개선 사업에 나섰다. 지난 2011년부터 매장 증축에 나서 1~4층까지 약 1천650㎡로 면적을 확대했다. 지난해는 10층에 이탈리안 뷔페 레스토랑 '라피니타'를 연 데 이어 올봄에는 식품관의 소포장 신선식품을 늘렸고, 1층에 지역 최대 규모의 화장품 매장과 가죽구두 위주의 신발 매장을 구성했다.
특히 10여 년 전에 철수했던 가구 매장을 신관 9층에 새롭게 도입해 모든 브랜드를 기존 백화점에 입점돼 있지 않은 수제 원목 및 시스템가구로 구성하고,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카페를 겸한 '리빙 갤러리'관을 지난 2월에 열었다. 또한, 가구와 카페가 결합한 매장을 선보임으로써 고객들이 매장에서 편안하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하여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패션 부문은 젊은 세대를 사로잡으려고 조프레쉬, 제이케이, LAP, 엑스마켓 등 스트리트, 동대문 브랜드의 과감한 도입과 편집숍 형태의 매장을 강화했다.
이러한 대구백화점 본점의 '뉴 콘텐츠' 찾기는 직매입을 통한 편집숍 구성, 협력업체와의 협업 확대, 삶의 방식을 반영한 장르 혼합 등 다양한 시도로 이어갈 계획이다.
◆앞으로 과제는
하지만, 대구백화점이 헤쳐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최근 동성로에는 갭, 자라, H&M, 미쏘, 톱텐, 에잇세컨즈 등 대형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저가, 패스트패션, 대형 거리매장들이 동성로 상권의 경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대구백화점 본점의 경쟁 상대는 대형 백화점들이 아니라 동성로 주변 SPA 브랜드들의 저가형 판매 전략인 것이다. 실제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에 따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우선 본점만의 멤버십 고객 확보와 친절한 매장 만들기로 고객들이 방문하고 싶은 매장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고객의 잦은 방문을 유도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멤버십 관리를 통해 고정고객을 확보, 점포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또 식품과 가정용품을 중심으로 최신 경향과 시즌 이슈에 맞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최근 늘고 있는 1인 가정을 대상으로 소포장, 1인 상품 제안, 소량 판매 등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잡화에서는 1층에 있는 패션갤러리관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해 고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젊은 고객 중심의 문화의 장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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