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무자본 M&A의 덫

입력 2014-10-11 08:00:00

불공정거래 건수 매년 증가…시총 작은 상장사 조심해야

인수합병(M&A)은 기업의 모습을 단번에 바꾼다.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사업구조까지 기업의 모습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인수합병이 늘면서 주식시장에 인수합병 테마 열풍이 수시로 불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업사냥꾼'에 의한 무자본 M&A 피해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자기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사채업자로부터 대출을 받아 상장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시세조종 등에 나서고 있어서다. 금융 당국은 해당 종목에 투자한 '개미'(소액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무자본 M&A의 특성이나 징후를 사전에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무자본 M&A는 기업사냥꾼이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린 뒤 최대주주에게 인수대금을 주고 경영권을 넘겨받는 형태의 거래다. 기업사냥꾼 입장에서는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 특히 M&A를 전후해 부정거래나 시세조종, 횡령'배임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무자본 M&A 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 건수는 ▷2011년 1건 ▷2012년 3건 ▷2013년 6건 ▷2014년(1~7월) 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부당이득 금액도 같은 기간 1천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사냥꾼들도 과거 개인 중심에서 법인이나 증권방송 전문가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기업사냥꾼이 노리는 회사는 시가총액이 작거나 현금 보유액이 많은 상장사다. 시총이 작은 회사의 경우 호재성 정보를 띄워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먹튀'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자본 M&A 세력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의 '먹이'가 된 기업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우선 무자본 M&A의 타깃이 된 상장사는 M&A 직전 1개월 동안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다 M&A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특징을 보인다. 인수인(기업사냥꾼)의 자금력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2011년부터 올 7월까지 발생한 불공정거래 15건 중 인수대금 대비 인수인의 자기자본 수준이 100% 이상인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반면 10% 미만인 사례는 6건이나 됐다. 이는 인수인이 자금 확보를 위해 주로 사채업자의 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대구지원 관계자는 "M&A를 전후한 최대주주 변경(경영진 구성 내역)이나 주가 및 거래량 급변 사유, 사업보고서(연혁 및 재무 현황)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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