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0일은 '임산부의 날'…아기 울음소리가 그립다

입력 2014-10-10 11:23:09

영양군보건소는 출산장려정책의 하나로 매년 신생아 이름으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사진 좌측)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빠들의 육아 간접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영양군보건소 제공
영양군보건소는 출산장려정책의 하나로 매년 신생아 이름으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사진 좌측)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빠들의 육아 간접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영양군보건소 제공

경상북도 내 상당수 시군 사람들은 10월 10일 달력에 쓰인 '임산부의 날'이라는 다섯 글자가 낯설기만 하다. 동네마다 아기 울음소리 끊긴 곳이 셀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군위의 경우 10년 전 한 해 187차례나 들렸던 아기 울음소리가 지난해 99차례로 곤두박질쳤다.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연간 출생아 100명 선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시골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면서 경북의 인구 자연증가율은 2012년 0.00%를 나타내면서 인구가 늘지 않는 동네가 됐다. 지난해에는 결국 -0.03%를 기록, 마이너스 성장세로 들어갔다. 가만두어도 저절로 사람이 줄어드는 지역이 된 것이다.

지금은 유소년 인구비율과 노인 인구비율이 엇비슷하지만 이런 추세로 갈 경우, 2040년쯤에는 노인인구가 유소년 인구의 4배나 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력 부족 사태는 물론, 사회복지비의 급증으로 젊은 인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아기 울음소리를 늘리기 위한 특단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느 정도 심각한가?

경북도 내 군(郡)단위 지역은 영양군을 제외하고 모든 군의 연간 출생아 숫자가 10년 전과 비교해 줄어들었다.

한 해 출생아 숫자 200명 선을 지켜냈던 청도는 2012년 200명 선을 내준 뒤 지난해에는 162명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봉화 역시 200명 선을 턱걸이하고 있다. 지난해 202명의 출생아 숫자를 나타내 200명 선 붕괴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00명 선을 버텼던 울진 역시 지난해 347명까지 하락했다.

인구 증가세를 나타내는 칠곡군조차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2007년 한 해 1천599차례나 칠곡군에서 들렸던 신생아의 첫 울음소리는 지난해 1천270차례로 감소했다.

제조업 현장이 많아 젊은 인구가 도내에서 가장 많다는 구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04년 한 해 4천867명의 아기가 태어났던 구미는 지난해 4천790명으로 줄었다.

울산과 이어지는 산업벨트로 바뀌면서 역시 젊은 인구 유입이 늘어나는 경주도 신생아 숫자는 줄고 있다. 2004년 2천436명의 아기가 태어났던 경주는 지난해 1천774명의 아기가 첫 울음소리를 냈다. 신생아 숫자 2천 명 선이 힘없이 뚫린 것이다.

경북도 내 전체적으로 2004년 2만3천372명에 이르렀던 신생아는 지난해엔 2만2천206명만이 태어났다. 10년 만에 1천 명이 넘는 아기들의 첫 울음소리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2010년 경북도 내 전체 인구 구성비의 14.9%에 이르렀던 유소년(0~14세) 인구 비율은 2040년이 되면 10.1%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출산이 계속되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니는 경북도 내 학령인구(6~21세)는 2010년 50만3천여 명이었지만 2040년이 되면 29만5천 명으로 반 토막이 날 것이란 예측치가 나와 있다.

도내 곳곳에서 어린이집'유치원'초교, 중'고교, 대학까지 폐교 도미노가 잇따를 것이란 우울한 목소리가 현실화돼가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게 해주세요!

경북도는 물론 도내 시군은 글자 그대로 젖먹던 힘까지 내 출생아 숫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 현금 공세를 펴면서 '아기 낳기'를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군 단위 지역은 물론 시 단위도 마찬가지다. 도시, 농'산'어촌 따질 것 없이 아이 낳기는 이미 심각한 과제가 됐다.

갈수록 아기 울음소리가 적어지면서 과거 일시금으로 주던 출산장려금은 상당수 시군에서 월정액을 수년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안동의 경우, 지난해 조례를 고쳐 소득 여부를 따지지 않고 첫 아기는 매달 10만원씩 2년간 출산장려금을 준다. 둘째 아기는 매달 12만원, 셋째는 20만원, 넷째는 매달 50만원을 준다. 농업인이 아기를 낳으면 3개월 동안 도우미 비용도 전액 지급한다.

봉화군은 파격적이다. 출산축하금을 일시불로 50만원을 준 뒤 무려 5년 동안 출산장려금을 준다. 첫째 아이는 월 7만원, 둘째는 10만원, 셋째는 월 20만원이다. 출생한 아기를 위한 건강보험 가입비를 지원하고 출산'육아용품도 빌려준다.

경북도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도내 시골 마을을 방문,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 중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 조류를 고치기 위해 경북도 내 대학들에 관련 강의 개설을 요청, 현재 12개 대학에서 이 강의를 열어두고 있다. 미래의 출산 의사결정권자인 대학생들이 생각을 바꾸면 출산율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연중 출산율 높이기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물론, 출산율 장려 연극단까지 운영하면서 '아기 낳자'를 외치고 있다.

경북도는 공세적인 출산율 장려정책을 통해 지난해 2만2천200명 선까지 떨어진 연간 출생아 수를 2만5천명 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속 시원한 해결책은?

김경아 안동시보건소 출산장려담당은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마음 놓고 아이를 위탁할 곳이 없어 아기를 낳지 못하고 있다"며 "출산 이후 양육비 부담을 직'간접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 자녀 더 갖기 운동본부' 청송군지부 이수산나 고문은 "생각을 바꾸기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 지역마다 출산을 장려하는 민간단체들이 젊은 부부를 대상으로 많은 교육을 한다. 교육을 통해 출산까지 이어지는 부부가 많다. 특히 다문화가정은 교육 효과가 크고 교육을 받은 뒤 실천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태길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서기관은 "2005년부터 계속해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거나 안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일자리와 주거문제 등 전반적인 사회적 요인이 출산율 저하와 큰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서기관은 "정부는 일하는 여성의 육아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개발 중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의 수혜 폭을 늘려 가겠다"고 했다.

현은민 안동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출산율이 조금 올라갔다가 올해 또다시 떨어졌다. 중앙정부는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비 지급 등에 지금까지 20조원 넘게 썼다. 하지만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 교수는 "돈을 풀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국민 전체에 부담만 될 뿐이고 장기적으로 큰 효과가 없다"며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초등학교 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한다. 출산에 대한 바른 인식을 어렸을 때부터 심어준다면 성인이 됐을 때 지금 시대상과는 다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안동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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