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일본사람 일어난다

입력 2014-10-10 10:37:31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는 100여 개의 나라가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춘추오패, 전국칠웅을 제외하면 나라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읍이나 작은 도시 규모 정도의 나라가 많았다. 그 가운데 거(莒)라는 나라가 있었다.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과 버금가는 강국이었던 제(齊)나라 영역 안의 작은 나라로 국력이 약해 제의 보호를 받아 명맥을 유지했다.

진(晉)의 신공무신이 거에 들렀을 때의 이야기다. 신공무신이 거나라의 도성이 낡았다고 걱정하자 거의 군주는 궁벽하고 이족(夷族) 사이에 끼여 있는 나라를 누가 넘보겠느냐고 답했다. 이에 신공무신은 "교활한 마음으로 영토를 늘려 사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이 어느 나라인들 없겠습니까? 다만 어떤 나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또 어떤 나라는 방심하는 것입니다. 용맹한 사나이도 자신의 집 문을 겹겹으로 잠그거늘 하물며 나라라면 어떻겠습니까?"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일본이 새 방위협력 지침을 마련했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지리적 제약 없이 미'일간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대외적인 행사를 미국이 인정하는 대신 방위비를 일정 부분 분담한다는 것이다. 돈으로 거래한 셈이다.

전문가임을 자임하는 미국의 여러 연구소는 이번 협약을 열렬히 환영하면서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에 대한 한국의 걱정을 '기우'(杞憂)라고 일축했다. 한국의 허가 없이는 일본이 무력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일본의 일방적 개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심지어 이번 협력지침이 북한의 핵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오히려 한국의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과거 전범국가로 회귀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는 거의 없었다.

어릴 때 '소련사람 속지 마라, 미국사람 믿지 마라, 일본사람 일어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하고 우리나라가 독립한 뒤 국제 정세가 어수선할 때 유행했던 말이다. 우리의 힘을 키워 스스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이미 경제 대국을 이룩한 일본은 금력(金力)을 앞세워 노골적인 군비강화에 나서는 중이다. 신공무신의 경고처럼 교활한 나라의 책동을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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