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속도로 건설 안 해 빚 줄이겠다는 정신 나간 도로공사

입력 2014-10-09 10:26:07

한국도로공사가 현재 26조 원에 이르는 빚을 줄이기 위해 2018년까지 연간 투자 규모를 3조 2천억 원에서 2조 5천억 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19개 고속도로의 개통을 늦추고 착공을 보류할 방침이다. 상주~영덕 구간은 개통 2년 지연, 포항~영덕 구간은 착공이 보류됐으며 대구~무주, 영덕~삼척 구간은 아예 사업 추진조차 보류된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통행료 7% 인상안도 내놓았다.

도로공사의 이러한 방침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따른 부채를 아예 사업을 하지 않거나 국민에게 전가하는 방법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도로공사는 부채 과다 이유를 건설사업 때 국고 매칭 외 추가 투자, 공익 목적 감면통행료 과다, 원가도 안 되는 통행료 등으로 들었다. 외부 요인에 따른 부채이기 때문에 경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도로공사의 이러한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질 뿐 아니라 공기업을 왜 개혁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2012년 현재 도로공사의 부채는 26조 3천억 원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에 이어 공기업 가운데 5위면서도 지난해 성과급이 700억 원을 넘었다. 4천346명의 직원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18명(5%)이고, 직원 평균 연봉은 7천280만 원으로 연간 인건비만 3천억 원이 넘는다. 또 12개 출자기관의 요직과 영업소, 휴게소 등은 대부분 퇴직자의 몫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온갖 특혜를 누리는 데에 대한 자성은 전혀 없고, 부실의 모든 책임을 외부에 떠넘기는 것이다.

고속도로 건설은 중요한 국가 기반사업이다. 그러나 수도권과 호남권의 고속도로는 너무나 촘촘하게 얽혀 있어 건설할 곳이 없을 정도지만, 대구'경북은 여러 이유로 그동안 투자 순위에서 밀렸다. 이런 사정인데도 이번에 포함된 19개 고속도로는 대구'경북과 경남, 강원에 집중돼 있다. 이는 국토 균형 발전에도 어긋나고, 노골적인 지역 홀대로밖에 볼 수 없다. 도로공사는 예정한 고속도로 건설을 늦춰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업 축소가 아닌 자구 노력으로 부채를 줄여야 한다. 빚을 내 고임금과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경영 구조부터 먼저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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