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항 2시간대, 신역사서 오천까지 1시간 반
KTX 시대를 앞둔 포항시민의 마음은 요즘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한반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포항은 그동안 지리 여건상 수도권과의 교통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민들에게 '서울~포항 2시간 10분'의 시간대는 너무나 달콤한 이야기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KTX 개통이 침체한 포항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동력이라고까지 평가한다.
이처럼 기대가 큰 KTX이기에 그만큼 걱정거리도 많다. 부족한 접근성과 역세권 연계 개발, 지역 활성화 방안 등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준비사항들은 성공적인 KTX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포항시가 분명히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다.
◆너무도 먼 KTX
KTX 포항 신역사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에 건설 중이다. 영덕'울진 등을 가기 위한 초입지역으로 포항의 북쪽 끝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포항 남부권 사람들에게는 위치 선정 초기부터 접근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현재 교통체계로는 포항시청부터 신역사까지 약 1시간 5분 정도가 소요된다. 남부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오천읍(인구 4만8천505명)의 경우는 1시간 30분(오천읍사무소 기준) 정도가 걸린다.
시내버스는 500번과 107번 등 현재 흥해지역을 통과하는 노선 2대가 역사를 경유할 것으로 보이며 KTX 개통 후 모니터링을 통해 노선 추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 대중교통 관계자는 "서울에서 포항까지 2시간10분을 타고 와 현행 교통체계로 오천읍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 동안 시내버스를 타야 하기에 효율성이 전혀 없다"며 포항시의 준비 부족을 비판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포항시청에서 신역사까지 불과 15~20분 만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역사 내에 확보된 승용차 주차 면수는 496면으로 타 도시 역사보다 비교적 적다. 경북지역의 타도시와 비교하면 신경주역이 589면, 김천'구미역이 563면을 확보하고 있다.
부족한 KTX 운행 편수도 문제이다. 현 운행 계획상으로는 포항을 통과할 KTX는 일일 16회(왕복 기준)가 계획돼 있다. 같은 경북권인 신경주역 일일 60회, 김천'구미역 일일 46회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포항시 이상권 교통행정과장은 "부족한 주차 면수와 운행 횟수 등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철도공사에 증편을 요청한 상태이며 공사 측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사면지역을 활용한 주차공간 확보와 대중교통 편익 증진 등 다양한 방안을 의논 중"이라고 했다.
◆소외된 영덕
포항의 KTX 개통은 영덕군민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이다. 신역사 위치가 영덕지역과도 비교적 가까워 서울~영덕의 교통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는 동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덕 군민들은 현재 KTX 이용을 위해 1시간 30분가량 버스를 타고 동대구나 경주 신역사까지 이동해야 한다. 포항 노선이 개통되면 영덕읍에서 신역사까지 버스로 30분이면 충분하다.
실제 KTX 유치를 위해 포항시는 인근 영덕군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운 바 있다. 또한 포항은 물론 영덕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KTX 유치 서명서를 받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TX 포항 개통 시기에 발맞춰 영덕군은 경북도와 버스운송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신역사와 영덕군 영덕읍, 영해면을 잇는 셔틀버스 노선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정작 KTX 유치가 결정되고 나서 포항시는 영덕군의 도움을 잊어버린 모양새이다. 우선 포항 신역사 개발계획을 보면 역사 내 영덕행 시외버스 승강장이 아예 빠져 있다. 영덕군이 셔틀버스를 유치하더라도 시내버스 승강장에 더부살이하거나 아예 일반 도로에 정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항시 입장은 영덕군민을 위해 신역사 공간을 할애해주는 것이 아니라, 흥해읍사무소 앞에 있는 기존의 포항~영덕 간 버스환승장을 활용하면 된다는 식이다. 영덕군민은 영덕에서 흥해읍사무소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해, 다시 흥해읍사무소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 포항 신역사로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포항시의 유치한 발상이다.
◆우후죽순 개발사업. 플러스일까 마이너스일까
KTX 개통과 함께 흥해읍 일대의 개발 기대심리는 상당하다. 먼저 신역사가 들어서는 흥해읍 이인리'학천리 일대(이인지구)에는 지난 2011년 4월부터 2016년 4월까지 1천억원을 들여 94만9천여㎡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이 한창이다. 또 흥해읍 성곡리(성곡지구)에는 2007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사업비 305억원'20만7천여㎡ 규모의 도시개발이, 흥해읍 초곡리(초곡지구)에는 2011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사업비 943억원'89만6천여㎡ 규모의 도시개발이 진행 중이다.
신역사와의 거리는 성곡지구가 약 1㎞, 초곡지구가 약 2㎞ 정도 떨어져 있다. 이인지구와 성곡지구는 민간조합이, 초곡지구는 경북개발공사가 각각 시행을 맡았다.
이처럼 역세권 주변의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우려하는 시선 또한 적지 않다. 개별 도시개발지역이 상호작용을 불러 거대 주거'상업지역을 형성한다면 좋겠지만, 자칫 입주 희망자가 부족하거나 서로 간의 출혈 경쟁 등이 발생해 도시공동화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구자문 교수는 "보통 역사와 800m 내에 도심이 형성된다면 경제성 측면에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현재처럼 신역사와 1㎞ 넘게 떨어져 있으면 난관이 많다"며 "3개 지구가 힘을 합쳐 특수법인을 설립해 좁은 지역에서의 지구별 개발이 아니라 도심과의 연결 등 총체적인 민'관 합작의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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