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드라마를 잠시 시청한 적이 있다. 여자 주인공이 병원에서 임상영양사로 일하는데 방에 붙어 있는 격언 구절이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였다. '의학의 아버지'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로 알려진 격언이다.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 중에도 비슷한 맥락이 많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병을 예방하고 몸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규칙적이고 영양소에 균형잡힌 식사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 먹기, 적정 체중 유지하기, 고혈압 환자는 싱겁게 먹고 당뇨 환자는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을 피하며, 고지혈증 환자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기름진 음식을 줄이라는 말이다.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식사를 거르거나 불규칙해지기 쉽고,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잦은 외식은 내 몸을 위한 건강한 식단을 허용하지 않는다.
건강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노력을 통해 유지할 수 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건강해질 수 있을까.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에서 황태를 상온에 보관하기 위해 유독 농약을 뿌린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일부겠지만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식품의 안전성을 고발하는 TV 프로그램들과 불량식품에 대한 보도는 사회 전반에 먹거리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식재료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있어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특히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으면 좋겠다. 오랜 기간 나쁜 음식을 먹다가 병에 걸려 고통스럽게 사망한다면 간접적인 살인자가 되기 때문이다.
걱정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농약과 폐기물,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토양과 대기, 바다에서 나오는 식재료는 건강에 위협이 된다. 환경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다이옥신이 환경이나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와 건강을 위협하고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까지 전달된다는 소식은 10여 년 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이나 한 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환경오염으로 인해 위협받는 식생활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환경오염 물질의 축적이 가장 적은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해야 한다. 먹이사슬에서 상위단계로 올라갈수록 환경오염물질의 축적 농도도 올라간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은 이러한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의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불안감 없이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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