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성 770km 종주 71세 박학수 65세 송점순 씨
"통일전망대 앞에서 길이 막혔을 때는 분단이 현실임을 느꼈습니다."
지난 3월 29일 오전 6시. 박학수(71)'송점순(65) 씨 부부는 동대구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통일을 염원하며 한반도 종주를 시작하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 것이다. 두 다리에 의존한 노부부의 여정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출발, 지난 7월 14일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마쳤다.
박 씨는 방문요양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주말 밖에 시간이 나지 않았다. 대구 수성구 중동에 있는 자택에서 해파랑길(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동해안 탐방로)을 주말마다 오가며 길을 걸었다. 주말마다 구간을 정해 목표한 코스를 걷다 보니 4개월가량 걸렸다. 부부는 해파랑길 770㎞를 걷는 데 약 200만원의 경비가 소요됐다. 부부의 한반도 종주기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였지만 그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부부는 2007년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다. 금강산 세존봉에서 부부는 비로봉을 바라보며 '내년에는 비로봉을 오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11일 한 관광객이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지면서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부부의 다짐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지난해 5월 부부는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며 '이 길을 시작으로 한반도를 종주해 백두산까지 오르자'는 새로운 다짐을 했다. 이를 위해 우선 통일을 바라며 남쪽만이라도 걷기로 했다.
송 씨는 "예전에 남편 일 때문에 강원도에 살았는데, 이번에 길을 걸으며 그때 느끼지 못했던 걸 봤다"고 했다. 해파랑길을 종주하며 부부는 분단 현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먼 길을 걸어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 통일전망대에 서자 부부의 가슴은 먹먹해졌다. 맑은 날씨로 멀리 금강산도 보였지만, 그곳까지 갈 길이 열려 있지 않은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박 씨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 길을 꼭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땅에도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고, 왜 우리 땅에서 가지 못하는 곳이 있어야 하는지 안타까워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해파랑길 종주를 마친 박 씨는 지난달 문화센터 사진촬영 강좌를 신청했다. 내년에는 올해 걸은 길을 자동차로 다시 찾아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란 주제로 사진전을 열고 싶은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걸으며 통일을 갈망하길 바라는 심정으로 이번 종주 경험을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wms5011)에 올렸다.
"통일이 되면 통일전망대에서 다시 걸음을 시작해 백두산을 오르는 게 소원입니다." '그 때'를 기다리며 또 다른 꿈을 품고 있는 부부의 열정은 뜨거웠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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