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서민 증세?…'슈퍼 예산' 갑론을박
정부가 최근 2015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으로 대치했던 여야가 이번엔 증세 논란 등 예산안 싸움으로 전장을 옮기고 있다. 지난해 샐러리맨에 대한 근로소득세 비과세'감면 축소로 불붙었던 증세 논란이 올해는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을 계기로 서민층의 세 부담 증가라는 형태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정부 지출 늘려 경제 살리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은 최근 확장적인 '슈퍼 예산'과 담뱃값 인상 등을 통한 세수 확대로 추락하는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 등이 담긴 2015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밝힌 내년도 예산안은 색깔이 분명하다. 균형재정이냐 경기부양이냐 갈림길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틀었다. 올해보다 20조원 증액한 내년도 예산안은 총 376조원으로, 애초 계획(12조원 증가)에 한 차례 추가경정예산(8조원)을 더한 규모다. 최 부총리는 "경제가 잠시 회복했다가 바로 꺾이지 않도록 재정의 확장 기조를 유지하겠다. 그래야 4%대 성장률을 회복하고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의 초석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지갑을 확 열기로 한 것은 경제가 '경기 침체→세입 감소→지출 축소'로 이어지는 축소 균형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 부총리 측은 "경기가 나빠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까지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한다"면서 "그래서 정부가 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간접자본과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세수 증대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정부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현재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재정운용계획에서 2017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4%로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 운용계획에선 2017년 재정적자 비율을 1.3%로 수정했고, 2018년엔 1%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균형재정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세수를 늘려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세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도 밝혔다.
여기가 여야와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의 김무성 대표도 정부의 확장예산과 관련, "경제 활성화와 재도약의 토대를 다지고 민생 안정에 방점을 두면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한 예산인 만큼 우리 국회에서 따질 일이 많을 것 같다"면서 "국민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이 허투루 쓰이는 곳이 없는지 국회는 꼼꼼히 살피고 재정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서민 증세'부자 감세 전형" 비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을 '서민 증세'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담뱃값을 올릴 경우 소득이 낮은 서민들이 고소득층에 비해 많은 부담을 느끼는데도 정부가 재정을 늘리려고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세금을 더 매기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 세수를 늘리려는 취지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국세 수입이 1조9천432억원 늘지만 이는 흡연율 인하 정책에 따른 부수적 효과일 뿐 증세가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또 야당은 내년도 세제개편안이 서민 증세일 뿐 아니라 부자 감세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양극화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이명박정부 때 입안된 '부자 감세'가 현 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미 고소득층 및 대기업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 2008년 이후 소득세율 개편 결과 연간 소득 4천6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세율이 2%포인트 감소한 반면 연수입 3억원이 넘는 사람에 대한 세율은 3%p 상승했다.
한편 재정건전성에 대해선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376조원이라는 '슈퍼 예산'을 쏟아붓고도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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