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클래식] 같은 듯 다른 상남자들, 베토벤과 쇼팽

입력 2014-09-25 07:12:02

베토벤
베토벤

영화 흥행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시대적 요구에 기인하여 새삼 이순신이 화두다. 이 '상남자'(진짜 남자)는 예나 지나 나의 롤모델 되시겠다. "나를 따르라." 이 얼마나 강인한 상남자의 자세란 말인가. 실제로도 그 카리스마는 눈부실 만큼 작렬하였을 것이며 싸움 또한 잘했으리라. 하지만 그것만으로 상남자의 필요충분조건을 채우기엔 아직 조금 모자란다.

부족한 부분을 난중일기에서 찾았다. 가족, 부하 병사, 그리고 백성에 대한 애정은 아주 따뜻했고, 심지어 섬세하기까지 했다. 다정함과 섬세함, 남성스럽기보다 여성스러움에 가까운 낱말. 그래서인지 단어마다 성(姓)이 있는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이 단어들을 여성 언어로 간주한다. 상남자랍시고 약자에 핏대 세우는 이들의 남자답지 못함을 간혹 보면서 상남자의 완성은 따뜻한 마음씨라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베토벤도 상남자다. 학창시절 음악실에서 봄 직한 그의 초상화는 기억하건대 못돼도 엄청나게 못됐게 생겼었다. 각종 평전에서도 그를 초상화만큼이나 괴팍하고 추한 외모에 돈 밝히는 꼰대로 표현한 것을 많이 보았다.

나는 그 카더라 통신을 차치하고 작품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 가령 피아노 소나타 제8번 c단조 '비창'을 살펴보자. 어두운 음색 그리고 격정적 치달음의 1악장과 3악장은 통상적인 그의 캐릭터와 닮았다. 즉 베토벤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2악장은 어떠한가. 그저 아름답다는 말 외에 어떤 단어로 형용할 수 있을까. '정말' 아름다운 것을 접할 때는 보통은 형용하려기보다 감탄하게 된다. 내게 이 곡이 그런 곡이다.

선율을 듣자면 어찌 이렇게 예쁜 마음씨를 가졌을까 생각하다가도 베토벤 그 영감이 썼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갸우뚱거리게 되는 '비창' 2악장. 남들이 생각하는 외형적인 베토벤 모습 속에 고운 마음씨를 감춰놓은 듯하다.

마초 기질에 순정이 더하여진 베토벤은 시쳇말로 순정마초다. 이에 반해 순도 99% 초식남(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섬세함을 지닌 남자를 지칭)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상남자스러운 작곡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쇼팽이 되시겠다. 쇼팽은 뭐랄까, 이순신 역을 맡았던 영화배우 최민식 씨가 베토벤 같다면 쇼팽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탤런트 김수현 씨 같다고 할까. 곱상한 외모지만 내면에서 풍기는 은근한 남성미.

쇼팽은 평생 피아노 소품만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흔한 교향곡 하나 찾기 힘들다. 그리하여 붙여진 별명이 '피아노의 시인'이다. 여류 작가 조르주 상드와의 연애사가 담긴 영화인 '쇼팽의 연인'에서는 모성 본능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쇼팽의 에튀드 11번 '겨울바람', 스케르초 2번 혹은 '혁명'을 들어보라.

베토벤이 흠칫 놀랄 만큼의 열변을 토해낸다. 이 남자, 마냥 부드러운 줄 알았건만 꽤 터프하다.

필자는 정열과 낭만이 공존하는 두 사나이를 주선코자 자리를 마련했다. 30일(화) 저녁 8시에 공간울림에서 쇼팽음악원 교수이자 쇼팽 콩쿠르 1위에 빛나는 피아니스트 라도스와브 솝착(Radoslaw Sobczak)의 연주로 베토벤과 쇼팽의 감성을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다.

이예진(공연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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