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편은 한때는 식솔들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이유로, 또는 경제권을 부여하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범접할 수 없는 지존의 자리에서 떠받들려 살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남편들일수록 아내와는 불평등한 관계 속에 일방적인 예우와 대접을 받기 쉬운 환경에서 결혼생활을 해오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마저 아버지가 어렵게 느껴지고, 아버지의 손길 한 번 받기가 어려워 고립된 감정으로 낮은 자존감을 부산물로 얻어 살아가는 데 고달프고 불행했다. 이것도 모르는 채, 아버지는 세상을 향해 바쁘게만 살아 가족은 그림자처럼 따라오려니 하고 안심하다 못해 잊고 살아가는 긴 세월을 지낸다. 그리고 나서 얼마 만인가. 세상의 풍파와 꿈 같은 전쟁을 치르고 살아남아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쉼터인 집이란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는데…. 거기서 영원한 안식과 영혼의 재충전을 위해 돌아왔는데 의외로 가족들은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기들끼리 손에 손잡고 아버지가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때야 아버지는 번쩍 정신이 들면서 가족의 배신이라 오해하면서 분노하고, 때로는 가족이 용서치 않는 모습이라 깨닫고 당황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예견했다는 듯 자포자기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 마음의 공통점은 오직 하나뿐임을 필자는 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의 이해와 화합이란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참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남편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줄을 모르는 경향이 있다. 또 화해의 방법이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같이 알지도 못할뿐더러 요리조리 길을 찾는 지혜조차 없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사는 게 더 고달프고 힘들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 가족이 지난날 남편의 무관심함과 냉정했던 시절을 용서치 않는 상황이라면 남편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 당장, 풀리지 않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해법을 푸는 강력한 방법은 바로 '부부의 화해와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을 한 용기있는 아버지의 대화의 시작이다. 여자들이 배우자와 지난 일로 더더욱 담을 쌓게 되는 연유는 실망했던 그 정황 자체보다도 그것을 다루는 배우자의 성의 없고 미련한 언어습관 때문이다. 오늘부터 왕따 남편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용기를 한번 내어보자. 가족을 위해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어내는 애교스러운 대화로 말이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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