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No, 담보 OK" 중소기업 두번 울리는 은행

입력 2014-09-23 10:44:53

말로는 기술력 최우선, 실제론 추가 담보 요구

"금융권이 고부가가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창업자를 위해 자금조달을 손쉽게 해주겠다고 공표하지만 기술대출 상품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30대 청년창업가 김정웅(가명) 씨는 인터넷 관련분야에서는 지역에서 꽤 알려진 사업가다. 그러나 사업자금을 조달하고자 몇달째 은행 대출 창구를 들락거렸지만 "기술력은 우수하나 담보는 될 수 없다"는 말만 들으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은행들이 '기술신용정보'를 기반으로 한 기업대출을 꺼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력과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최우선시하겠다던 은행들이 여전히 담보나 보증, 고(高)신용 대출에 대해서만 은행문턱을 낮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대출 상품은 같은 은행이라도 대출금리가 들쭉날쭉하고, 신용등급이 낮으면 대출이 원천봉쇄된다. 은행연합회는 현재 은행별 신용'보증서'물적담보대출에 대한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세분화해 공시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고 있다. 연합회 홈페이지를 보면 보증비율이 100%인데도 80%대인 것보다 오히려 금리가 높은 은행이 있고 신용등급이 7~10등급인데 더 등급이 높은 구간보다 금리가 낮아 금리 체계가 들쭉날쭉이다. 7월 기준 은행연합회 중소기업 대출 비교금리 공시 자료를 보면 IBK기업은행의 6등급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9.18%다. 그러나 7~10등급 금리는 이보다 낮은 7.15%다. 하나은행도 6등급 금리가 8.16%인 반면, 7~10등급은 절반도 되지 않는 4.05%다. 대구, 우리, 전북은행 등 다른 은행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아무리 기술력이 우수해도 대출이 원천봉쇄된다. 지역의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기술을 담보로 대출을 문의하러 은행에 갔지만, 신용등급 자체가 한 단계 미달이라는 이유로 아예 기술 검토조차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지역은행 관계자는 "100% 기술력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하는 것은 아직 힘들다. 기술력이 담보가 되기 위해선 은행 대출심사 기준이나 여신 심사역에 대한 성과 체계를 뜯어고치는 게 급선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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